"116 x 5 = ?"…초3 문제로 고1 평가한 경기도

더하기·빼기 등 단순 문제로
5년간 중·고생 학력진단 논란

너무 쉬워 기초학력 미달 '0'
올해 일부 지역 난도 높이자
14%로 급증…200배 늘기도
“다음을 계산하시오. 116×5=?”

지난해까지 경기 지역 고등학교 1학년생의 기초학력진단평가에 출제된 문항이다.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이 문제들은 중학생들에게도 출제돼 기초학력 미달 여부를 진단하는 기준이 됐다. 최근 5년간 경기 지역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0~1%대에 불과했던 비결이다. 적정하지 않은 평가가 ‘기초학력이 튼튼해졌다’는 착시현상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엉터리 시험에 부진 학생 급감 ‘착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0일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기초학력 부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경기도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은 △초등학생 1.36%→1.77% △중학생 0.26%→1.86% △고등학생 0.12%→2.13% 등으로 크게 높아졌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이 1년 만에 200배 이상 높아진 지역도 있었다. 경기 A지역의 기초학력 부진 고등학생 비율은 지난해 0.07%에서 올해 14.69%로 급등했다. B지역의 기초학력 부진 중학생 비율은 지난해 0.39%에서 올해 7.74%로 높아졌다.

이 같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 급증은 올해부터 평가 방식이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중학생용, 고등학생용으로 난이도를 조정한 시험이 치러지며 이를 통과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었다. 지난해까지는 교육부에서 제공하고 전국 시·도교육청이 사용하는 기초학력진단-보정시스템의 3R(읽기·쓰기·셈하기) 평가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검사임에도 고등학교 1학년까지 사용됐다. 실제로 2018년에도 “‘5107’에서 천의 자리 숫자는 어느 것입니까”와 같은 기초적인 문제로 중·고등학생들이 기초학력 진단을 받았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경기도는 3R 평가 결과로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을 집계하고 있는데 평가 내용이 기초적인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에 교육부가 올해 난도를 높인 새 검사지를 내놓으면서 (그 비율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 등이 누적돼 격차가 더 커진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학력 평가가 기초 허물어

지난해까지 이런 수준의 기초학력 평가가 이뤄진 것은 기초학력 평가가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줄세우기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당국이 2017년부터 평가와 지도 등을 모두 교사 자율에 맡기면서 부정확한 기초학력 평가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일선 학교에서는 정기 시험을 통해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파악하고 지도하는 게 아니라 교사가 자율적으로 기초학력을 평가하고 일부 희망자만 3R 평가 등을 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초학력 부진 현황과 개선 추이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경기교육청 자체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학습 결손에도 경기도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은 중학생 1.86%, 고등학생 2.13%로 비교적 낮다. 기초학력 부진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강원 제주 전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 비율은 0~2%에 그쳤다. 지난 6월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중3과 고2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인 비율이 과목별로 5.9~14.2%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김 의원은 “교육부는 체계적인 기초학력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모든 아이들이 능력에 따라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