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방한…삼성전자·ARM '전략적 제휴' 급물살 타나

1일 오후 3시께 입국
"비즈니스 목적"

이재용 부회장과 만나
ARM 지분 매각 논의 전망
2019년 7월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에 마련된 만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경DB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일 방한했다.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업체 ARM과의 전략적 제휴 관련한 논의를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영국 ARM은 세계적인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방한 목적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 회장은 “비즈니스 목적”이라고 짧게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약 일주일 동안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손 회장 방한의 목적은 삼성전자와 ARM 간 전략적 제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해외출장 귀국길에서 "손 회장이 10월 서울에 오는데 아마 그때 무슨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도 공식적으로 ARM과 삼성전자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이 ARM과 관련해 직접 언급한만큼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은 직접 만나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ARM은 1978년 설립된 영국의 반도체 기업이다. 본사는 케임브리지다. 흔히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이라고 불린다. 반도체를 미술작품에 비유하면 ARM은 밑그림(설계자산)을 그려주는 업체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등의 반도체 기업은 ARM에서 밑그림을 받고 그 위에 각자 개성을 발휘해 미술 작품(반도체)을 완성하는 셈이다. “ARM이 없으면 반도체 개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ARM의 수익원은 수수료다. 특허에 기반한 설계자산을 제공하는 대신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다. ARM은 비상장사라서 정확한 실적은 ‘비공개’ 상태다. 상장사 시절인 2017년엔 매출 약 1조500억원, 영업이익 약 2600억원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추정에 따르면 2019년 ARM 매출은 약 2조1200억원, 2020년은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16년 ARM을 320억달러(약 44조5000억원)에 인수한 뒤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지분 75%, 나머지 25%는 세계 최대 벤처 투자 펀드인 비전펀드가 보유하고 있다. 기업 가치가 100조 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지만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 GPU(그래픽처리장치) 전문업체 엔비디아가 2019년 400억 달러에 ARM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의 경쟁당국이 반대 의사를 보여 무산됐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국내외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일부 지분만 넘겨 받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황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