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합병선언에 대규모 제재…바이든 "합법성 없어"

"자국의 영토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 지원할 것"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선언한 것을 강력히 비판하고 러시아 당국자와 의회 인사들 및 단체들에 대한 대규모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합병 시도에 대한 대응으로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이자 푸틴 대통령의 전 고문인 엘비라 나비울리나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알렉산더 노박 부총리,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 109명과 연방평의회 의원 169명 등 278명의 의원도 제재했다.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부인과 자녀들, 러시아 군산복합체 소속 14명도 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또 러시아 방산업체 라디오아브토마티카에 방산 조달을 지원한 혐의로 중국 시노전자, 아르메니아 타코 등 2개의 제3국 업체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재무부는 러시아 외부자들도 러시아에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하면 제재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미 국무부도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를 고문한 혐의가 있는 군인 등 수백 명의 러시아 및 벨라루스군 관계자들에 대한 비자를 제한했다.

상무부 역시 전쟁을 부추기는 핵심 기술 및 기타 자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해 57개 기업 및 단체를 제재 대상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하는 러시아의 사기 같은 시도를 규탄한다"면서 "러시아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유엔 헌장을 짓밟으면서 평화로운 국가를 멸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그는 "이런 조치는 합법성이 없다"며 "미국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를 존중할 것이며 군사력 강화와 외교를 통해 자국의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의 합병 시도를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내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 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개 지역 점령지의 합병을 선언하고 관련 조약에 서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