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이다 본능' 봉인해제?…巨野 '실력행사'로 이어지나

'로우키' 유지하던 李, '비속어 논란'에 "욕하지 않았나" 등 직격
박홍근 "국감서 확실하게 책임 물을 것"…'독주 프레임'엔 우려도
한동안 '봉인'됐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이다 본능'이 점점 그 면모를 찾아가고 있다. 대표 취임 후 민생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민감한 현안에 '로우키'태도를 유지하던 이 대표가 점점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워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미국 순방 관련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여야 대립이 격화하면서 이 대표의 선명성도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그간 '유능한 민생정당'의 기치를 내걸고 정치권의 핵심 이슈에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수권정당의 면모를 보이려면 정쟁에 매몰되기보다는 민생 위기 해결에 매진하는 모습으로 민심에 다가가야 한다는 판단의 결과였다.

자신을 향한 검·경 수사 등 사법 리스크가 정국의 중심에 있을 때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의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 14일 최고위원회의였다. 사법 리스크를 두고 "정부는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노력해달라"고 하면서부터였다.

이 대표 측은 당시 메시지를 두고 민생 개선에 역량을 모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하고, 당 운영의 중심은 여전히 민생에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이 촉발되고 이를 놓고 여야의 대립각이 가팔라지면서 확실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전남도청에서 주재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겨냥, "지금 들어도 바이든 맞지 않나.

욕하지 않았나.

적절하지 않은 말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여권이 논란이 된 발언을 보도한 MBC를 향해 공세를 취하는 것을 두고도 "어떻게 언론사를 겁박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말을 쉽게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논란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많아진 만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말했다.

현안과 마냥 거리를 두기에는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치에 다다랐다고 판단되는 만큼, 이 대표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본다는 이야기다.

당직 인선을 대부분 마무리해 완비된 당 체계를 갖출 시점에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 것도 공세로의 전환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사법 리스크와 달리 윤 대통령의 순방 관련 논란이 이 대표 자신에게 부담이 덜한 이슈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 대표의 변화에 발맞춰 민주당도 거대 야당으로서 실력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인 후폭풍으로 지방선거에 참패한 이후 한동안 대화로 정국을 풀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기조 역시 윤 대통령의 순방 논란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강공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게 다수의 시각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데 이어 이틀 뒤 이를 단독으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이런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서는 정부·여당을 향한 민주당의 대대적인 공세가 예상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감에서 더 확실하게 윤 대통령과 외교라인의 책임을 묻겠다"며 "외교 참사가 국민 삶에 직격탄이 되는 경제 참사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힘의 우위를 활용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에서는 민주당이 과잉쌀 시장 매입(격리)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을 단독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의 변화가 거대 야당의 독주로 비칠 가능성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변화, 당의 변화는 정부의 대응이 도를 넘은 결과"라며 "민생에 방점을 두고 정쟁을 최소화한다는 기조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