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서 예배 안 했다 해달라" 목사 1심 벌금형→2심 집유

코로나19에 확진된 신도들에게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거짓 진술하게 만든 목사가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가중처벌됐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2부(최형철 부장판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교사로 기소된 A(62)씨에게 벌금 3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8월 중순께 자신의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70대 교인 B와 C씨에게 전화해 "역학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교회에서 예배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거짓 진술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교인들은 보건소 역학조사관에게 '교회를 다닌 지 오래됐다'거나 '교회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는 등으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교인들은 목사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범행 이후 C씨의 남편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사망함으로써 이미 상당한 고통을 당한 점 등은 유리한 사정이나, 감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에서 범국가적인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엄단이 필요하다"며 교인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1천만원과 500만원, 목사에 대해선 벌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 교인 B씨와 C씨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과 300만원으로 감형됐지만, A씨에 대해서는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심 재판부는 "A씨는 교회의 이익을 위해 피고인 B씨와 C씨에게 이 사건 범행을 교사해 죄책이 가볍지 않고, 이로 인해 감염병 방지를 위한 행정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