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립대 작년 270억 날릴 동안 美 하버드는 16조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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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립대 42곳 금융투자로 183억원 손실
손실 낸 25개 대학은 270억원 잃어
하버드는 투자수익 33.6%
시장 위기 때 손실 내기도
'리스크 감수 그룹' 만들어 더 적극적 투자
![영남대는 지난해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해 -96.5% 수익률을 기록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210/01.31408557.1.jpg)
영남대 -96.5%...'투자 낙제점'
지난달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한 사립대 42곳이 총 18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중 60%에 해당하는 25개 대학이 손실을 기록했는데, 이들의 손실액만 따지면 270억원이다. 특히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영남대로, 5억4193만원의 투자 원금이 1878만원이 됐다. -96.5% 수익률이다. 그 뒤로 경남대(-64.5%), 경동대(-53%), 우송대(-14.6%), 대구가톨릭대(-11.7%) 등이 큰 손실을 냈다.다만 대학들의 금융상품 투자 자체를 문제로 지목하긴 어렵다. 국내 사립대 중에도 지난해 좋은 투자 성과를 낸 대학들이 있다. 서강대는 195억7612만원의 투자원금을 221억6663만원으로 불렸다. 수익률로 따지면 13.2%다. 포항공대도 9.6% 수익률을 내며 지난해 금융투자로 36억3068만원을 벌었다.
![지난해 금융 투자로 손실을 낸 국내 사립대들. 도종환 의원실 자료.](https://img.hankyung.com/photo/202210/01.31408556.1.jpg)
지난해 하버드대 투자 수익으로 대학 운영비 40% 충당
해외 유명대학들은 훨씬 높은 수익을 올렸다. 미국 하버드대 기금을 운용하는 하버드매니지먼트컴퍼니(HMC)는 2021회계연도(2020년 7월~2021년 6월)에 33.6%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전 두 해 수익률도 7.3%, 6.5%을 기록했다.막대한 투자 수익으로 전체 기금 규모는 이전 회계연도보다 113억달러(16조2618억원) 증가한 532억달러(76조6080억원)를 돌파했다.HMC는 이 수익을 기반으로 20억달러(약 2조8794억원)의 학교 운영 예산을 하버드대에 지급했다. 전체 운영 예산의 39%에 달하는 규모다. HMC가 하버드에 지급하는 예산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0년 5억달러를 밑돌던 지급액은 2010년 15억달러, 2020년 2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포트폴리오도 공격적이다. 지난해 HMC가 가장 많은 액수를 투자한 자산은 사모펀드(34%)와 헤지펀드(33%)다. 한 해동안 각각 77%, 16%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렸다.
시장 극복 못할 때도 있지만 투자 멈추지 않아
물론 해외대학이라고 언제나 높은 투자 수익률을 내지는 못한다. 어려운 시장 상황을 극복하지 못할 때도 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HMC는 –27.3% 수익률을 기록해 10억달러 넘는 기금을 잃었다. 2012, 2016회계연도에도 손실을 기록했다.그러나 일시적으로 수익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금융투자를 멈추거나, 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투자를 규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체계적으로 위험을 관리하고 적극적인 투자 전략을 고민한다. 하버드대는 매년 회계 보고서를 발간해 구성원은 물론 외부인도 HMC의 대략적인 포트폴리오와 투자 방향성을 알 수 있도록 공표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하버드 교수들로 꾸려진 ‘리스크 감수 그룹’을 만들어 어느 정도의 투자 리스크를 감수할지 논의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