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가치주 함께 담는 '바벨전략'…4분기 수익률 들어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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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국내 주요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은 국내외 증시가 하락하는 현 상황에도 ‘올해 4분기에 주식 비중을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시장이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증시를 떠날 때는 아니라고 보고 있었다. 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로는 구조적 성장이 예상되는 2차전지와 주가 방어력이 높은 식음료·금융주 등을 꼽았다. 지속적인 산업 성장이 일어날 분야의 주식과 방어주 양쪽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는 ‘바벨전략’으로 시장의 파고를 견디겠다는 것이다.
펀드매니저 74%가 "주식 비중 안줄인다"
4분기 불안요인에도 "반등기회 있다" 판단
목표수익률은 3% 이하가 절반으로 급증
주도업종으로 2차전지와 식음료 꼽아
성장주와 방어주 함께 담아 충격 완화
메타버스·반도체는 '4분기도 한파' 전망
美 주식·달러 등 해외자산이 더 유망
41%가 코스피 하단으로 2000 예상
낮아진 목표 수익률
한국경제신문은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국내 20개 주요 운용사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107명을 대상으로 ‘4분기 한경 펀드매니저 서베이’를 시행했다. 응답자의 73.8%는 4분기 주식 비중을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주식 비중 확대’가 30.8%, ‘주식 비중 유지’가 43%였다. 주식 비중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3.1%였다. 13.1%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현금 비중에 대해선 ‘유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23.3%였고, ‘확대’는 15%였다. 나머지는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주식 비중을 확대·유지하는 이유는 당장의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향후 반등을 준비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4분기 국내 주식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40.2%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나빠질 것’이라는 대답도 32.7%였다. ‘현재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가장 적은 27.1%였다. 글로벌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54.2%는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봤다.
보수적인 목표치를 설정한 매니저 수도 지난 조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4분기 목표 수익률을 3% 아래로 설정한 펀드매니저 비율은 지난 3분기 조사에선 22.2%였지만, 이번 4분기 조사에선 51.4%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4분기 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로는 2차전지(35.5%)와 식음료(30.8%)가 꼽혔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이 조사에서 성격이 전혀 다른 성장주와 방어주를 함께 주도주로 꼽은 매니저가 많았다. 매니저들은 리오프닝 테마 관련주(25.2%)도 4분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금융주(은행, 보험, 증권)가 21.5%로 뒤를 이었다.
4분기 조정 가능성이 큰 분야로는 메타버스(29.9%)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반도체가 28%로 2위였다. 올해 들어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메타버스와 반도체주가 4분기에도 한파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매니저가 많았다. 주도업종 1위로 꼽힌 2차전지가 조정 기간을 가질 것이라고 보는 비율도 25.2%나 됐다.
“국내보다 미국 주식이 유망”
‘4분기 가장 수익률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외 자산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미국 주식이 31.7%로 1위였다. 달러 상품을 꼽은 비율도 23.4%나 됐다. 국내 대형주는 16.8%, 국내 가치주는 9.3%였다. 국내 자산보다 해외 자산이 좀 더 유망하다고 본 매니저가 많았다.4분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절반이 넘는 51.4%가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을 꼽았다. ‘경기침체’를 꼽은 비율은 20.6%였다. ‘실적 피크아웃’을 우려하는 비율은 7.5%였다.국내 전체 상장사의 실적(영업이익)에 대해서는 ‘전년 대비 0~10%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43.9%로 가장 많았다. ‘11~20%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이 28%였다. 대다수가 실적 악화를 예상하고 있었다. ‘1~10% 늘어날 것’이라는 대답은 23.4%였다.
‘향후 1년간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몇%를 적정 목표수익률로 잡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30.8%가 ‘4~6%’를 제시했다. ‘1~3%’는 21.5%였다. 대다수가 예·적금 수준 혹은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연수익률을 기대하는 게 좋다고 답한 셈이다. ‘1% 미만’이라고 답한 비율도 13.1%였다.4분기 코스피지수 하단에 대한 질문에는 41.1%가 ‘2000’을 제시했다. ‘2100’이 27.1%, ‘2000 이하’가 15.9%였다. 반대로 4분기 코스피지수 상단을 묻는 말에는 가장 많은 33.6%가 ‘2400’을 꼽았다. ‘2500’이 26.2%였고, ‘2600’이 11.2%였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