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늘었지만, CDS프리미엄 상승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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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위기와 비교해보니국가 신용도 위험을 보여주는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2020년 코로나19 유행기 때보다 높아졌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지는 등 복합위기가 증폭된 여파다. 그러나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고 대외 건전성도 양호해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같은 대형 경제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이 과거 위기 때만큼 위험 수위는 아니지만 대외 요인이 불안한 가운데 각종 위기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는 점은 불안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초창기보다 높은 58bp
4364억弗로 GDP의 25%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대표적이다. 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CDS 프리미엄(5년물 기준)은 지난달 30일 58bp(1bp=0.01%포인트)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였던 7월 6일 56bp는 물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의 57bp보다도 높아졌다.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초에만 해도 31bp(9월 9일)에 그쳤지만 이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CDS 프리미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650bp까지 치솟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아직 위험 수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CDS 프리미엄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올 들어 무역수지가 6개월(4~9월)째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위기에서 빠르게 탈출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상수지 급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가재정 악화도 한국의 위기 대응 능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1997년 11.1%, 2008년 26.8% 수준이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49.8%로 높아졌다.늘어난 외환보유액은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8월 기준 4364억달러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204억달러의 약 21배, 2008년 금융위기 때 2012억달러의 약 2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세계 1위인데 경제 규모 대비로 보면 GDP의 18% 수준”이라며 “한국은 경제 규모의 25%를 외환보유액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