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생활과 예보 - 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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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문학과지성사)
올여름 세찬 비가 자주 내렸습니다. 길가에는 늦게 핀 꽃들이 아직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고요. 부쩍 차가워진 바람과 함께 지는 언젠가의 쓸쓸함을 짐작으로 알고 있습니다. 점점 더 남은 꽃을 보기 어려워지리라는 것을 예감으로 압니다. 저무는 것들이 가을을 맞이하겠죠. 아버지는 세상일을 보고 싶지 않다면서 오늘도 신문을 챙겨 드시네요.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요. 오늘 날씨는 어떠한가요. 가을꽃이 피었겠어요. 이 예보가 당신 삶의 기대로 다가오기를 바라며.
차원선 시인(2021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