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마이너스인데 물타기도 못해요"…개미들 '비명'

코스피·코스닥 2% 상승 중
시총 상위주 대부분 오르는데
네이버, 7%대 빠지며 신저가 기록
씨티·JP, 목표주가 하항조정
사진=뉴스1
국내 증시가 반등하면서 시가총액 상위주가 대부분 상승하고 있지만 네이버만 거의 유일하게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네이버는 18만원 아래로 밀리며 주가가 팬데믹 때 수준으로 회귀했다.

4일 오후 12시 54분 현재 네이버는 전거래일 대비 1만4500원(7.49%) 내린 17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는 고점 대비로는 57% 빠진 수준이다. 반면 코스피는 2.44% 오르고 있다. 시총 상위 10개주는 네이버와 카카오 외 일제히 상승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는 3% 넘게 오르고 있다. 이날 네이버는 장중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며 17만8500원까지 추락했다. 네이버가 장중 18만원 아래로 내려간 건 2020년 4월 22일(장중 저가 17만3000원)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이날 하락에 네이버는 시가총액 순위 8위를 자리를 기아에 내주며 9위로 밀려났다.

반등장에서도 속절없이 하락하는 주가에 개인투자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포털 등 종목토론방에선 "이 정도면 경영진 능력 문제다", "평(균)단(가) 33만5000원 포기하렵니다", "3000만원 마이너스라 손절도 못하겠고 무서워서 물도 못타겠어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올 초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 최수연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이들도 있었다.

이날 네이버의 하락은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하락은 포쉬마크 인수 이슈보다는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씨티증권은 네이버에 대해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두 단계 내렸다. 목표주가도 32만8000원에서 17만원으로 48% 하향 조정했다. JP모건도 네이버의 목표가를 기존 27만원에서 22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날 북미 1위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사업자인 포쉬마크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는 소식도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포쉬마크 인수금액은 2조3441억원으로 네이버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포쉬마크는 이용자 8000만명 이상을 보유한 북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공유' 성격을 띄고 있어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추천 기술, 라이브 커머스 등과의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문제는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허 연구원은 "재고를 많이 가져가지 않고, 수수료가 20% 수준인만큼 수익성 자체는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많다"며 "오히려 일본보다 미국에서 커머스 사업을 하는 게 더 잠재력이 클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금 적자이기 때문에 당장 이익이 희석되는 효과를 시장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가 하락은 인수 금액 자체보단 향후 마진율에 대한 리스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네이버가 영업이익률에 있어서 압박을 받고 있는 모습이 시장에 부정적으로 인식돼 왔는데, 여기에 적자 기업까지 인수하다 보니 단기적인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지난 9월 눈물의 한 달을 보냈다. 주가는 20거래일 가운데 6거래일을 제외하곤 모두 하락했다. 지난달 1일부터 같은달 30일까지 기준으로 네이버는 19.38%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는 12.38% 내렸는데 이보다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7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