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미닝아웃’ 라이프스타일이 소비 흐름을 바꾼다 [긱스]

최인석 레페리 대표 기고
나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MZ(밀레니얼+Z)세대들을 중심으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치 소비'가 새로운 롱테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 시장 구조에서는 특정 분야에서 잘 팔리는 상위 20% 상품이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 법칙'을 따릅니다. 하지만 재고나 물류 비용이 크게 줄어든 온라인 비즈니스에서는 다양한 소비자의 개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니치(틈새) 상품들이 크게 인기를 끄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뷰티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스타트업 레페리의 최인석 대표 역시 이러한 롱테일 이론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새로운 파동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최 대표가 회사 경영 등을 통해 체험한 MZ세대들의 가치 소비 경향을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전해왔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사업은 소비자의 '소비'로 영위되고 순환된다. 기업 간 거래(B2B) 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결국 그 자금 흐름의 시작은 소비자의 소비가 이루어지는 완제품 또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사업가들은 언제나 소비자의 움직임, 트렌드를 분석해왔고 한 발자국 앞서서 혹은 한 발자국 이상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면서 사업을 성공시켜왔다.그러한 소비자의 소비 활동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미닝아웃은 ‘믿음, 신념’이라는 뜻의 'meaning' 과 ‘벽장에서 나오다’ 라는 뜻의 'coming out' 의 합성어로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지를 보다 명확하게 고민하고 선택한 이후 그것을 SNS를 통해 표출하는 것을 즐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소비 기준을 그 가치관에 따라 급격히 변화시키게 되는 현상이다. 이를 '가치소비'라고 칭하기도 한다.


'미니멀리즘 소비'로 새로운 만족 얻기도

'미니멀리즘'을 예로 들어보자. 넷플릭스에서 미니멀리즘을 검색하면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가 등장하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이들의 '간증'을 듣게 된다. 자신이 평상시에는 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소비를 하고, 그 소비로 어떠한 만족감을 느껴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본인의 가치관으로 삼고 난 뒤에는 모든 게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고 대다수의 집기를 버리고 소비를 극도로 자제한다. 이러한 행동을 통해 이전보다 충만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음을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니멀리즘 미닝아웃을 한 소비자는 소득 수준이 상위 1%이고, 얼마 전까지 VIP 신용카드를 가진 사람이었을지라도 ‘가치 소비자’로서 소비를 급격히 줄이게 되고, 소비 습관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이른바 ‘애플 감성’을 내세우며 정보기술(IT) 업계를 휩쓴 애플도 스스로 감성을 분해하고 있다. 작년에 출시한 신형 데스크톱 아이맥(iMac) 제품이 매우 다양한 컬러로 출시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동안 아이폰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컬러로 출시됐지만 컴퓨터 만큼은 특유의 실버, 그리고 스페이스 그레이 컬러를 통해 ‘애플 고급 감성’을 살려왔으며 줄곧 컬러 일관성을 지녀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제조사 입장에선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될 경우 제조 단가부터 재고 발생 이슈 등을 대응하기 힘든 것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아이맥을 사용하고 있는 레페리 임직원들. 레페리 제공
하지만 애플은 왜 그 스스로 장점을 포기하고 7가지 컬러로 아이맥 다각화를 시도했을까. 마침 이 제품이 출시될 당시 주로 MZ세대로 이루어진 필자의 회사 직원들의 컴퓨터를 대규모로 교체해야 하는 일이 있어 한번 자유롭게 컬러를 선택해보도록 해봤다. 아무리 다양한 컬러가 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애플 고유의 감성을 살린 실버 컬러가 주를 이룰 것이라 예상했으나 예상과 달리 매우 다양한 컬러 선택 경향을 보였다. 또 하나 직원들이 보여준 현상은 스스로 주도적으로 특정 컬러를 선택하고, 오히려 ‘주류 컬러’가 아니라 본인만의 희소한 컬러라는 것을 알았을 때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과거 ‘트렌드’를 좇던 세대들이었다면 어떤 컬러가 가장 무난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컬러를 고르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플렉스', '비건', '친환경', '미니멀리즘' 등은 트렌드가 아니라 수많이 발현되는 가치관 중 하나다. 주요 선진국에선 한국에서 해석할 수 없는 수준의 다양한 가치관이 ‘미닝아웃’되고 있다.

과거 흑사병 때와 비슷한 '인본주의' 나타나

이러한 현상은 한때의 일시적 변화로 간주하긴 어렵다. 적잖은 기간 동안 인류를 이끌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코로나19 사태와 비슷했던 흑사병의 사례로 추론할 수 있다. 인류는 흑사병 이후 급속도로 ‘인본주의’에 집중했다. 수많은 인류의 죽음과 죽음의 위기감이 인간의 고민과 가치관인 철학은 물론이고 과학과 문학, 지리적 탐험 등 전방위적으로 인간에 의한 발전의 자극제가 됐다. 그 시대가 바로 ‘르네상스 시대’다.

코로나19로 인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미닝아웃, 가치소비의 출현은 그 시기와 추이가 흑사병 때와 비슷하다. 그때와 다른 점은 오늘날 현대사회는 그 시절보다 이미 다각화와 개성이 싹트고 있었으며 SNS와 뉴미디어 등으로 MZ세대들은 유독 그러한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옷, 화장품, 전자기기, 서비스 등 스스로의 가치관과 스타일을 투영해 표현할 소비재들이 매우 잘 구축돼 있는 점이 비즈니스로 즉각 연결될 것이니 말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명 혹은 소수의 가치관을 넘어 수많은 강력한 가치관을 지닌 인류의 다양화가 소비 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고, 인터넷의 등장으로 발생한 ‘롱테일 현상’의 2차 파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소수 대형기업의 소비재와 서비스에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을 투영하고 표현시켜줄 수 있는 소비재와 서비스로 소비자가 나뉘어지며 전방위적인 롱테일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때마침 이어져가고 있는 웹 3.0 탈중앙화,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 기술 혁명은 이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새로운 르네상스 시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르네상스는 인간적 고민으로 시작해서 기술 혁명으로 인류를 화려하게 발전시키는 것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쉽게 추론할 수 있다.


기업들, 소비시장 변화 빠르게 감지해야

다양화되고 개성화된다고 해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막연히 유리한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양화라는 것은 결국 각 개별성의 시장 파이는 평균적으로 작아진다는 것이다. 일부 작았던 영역이 커지기도 하겠지만, 작았던 영역이 더 작아지는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보편적 가치관’ 영역을 차지하면서 막대한 자본을 기반으로 투자력을 갖춘 대형 기업을 틈새 영역 한두 곳을 차지한 스타트업이 역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가 철학 등 인간적 고민부터 시작된 점에 주목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이 시대에는 ‘뭐가 뜰까’를 생각하는 것보다는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까’에 대한 본질적 고민을 깊게 하면서 인류의 변화 길목에 비즈니스를 펼쳐 사업을 해야 할 때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쓰고 있는 대형 제품과 서비스를 코로나19 시대를 거친 세대들은 가치관이 안 맞다는 이유로 바로 삭제해버릴 수도 있다.그 자리는 과연 어떤 비즈니스로 대체되거나 쪼개져 나누어질 것인가. 지금 각자가 펼치는 사업 분야에서 인류의 가치관적 중심 사고방식의 변화, 미닝아웃을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소비 시장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면밀히 고민해볼 때다.
최인석 | 레페리 대표이사
1989년생인 최인석 대표는 성균관대를 2학년까지 수료하고, 군 전역하던 해 25세의 나이로 레페리를 창업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 자기계발 칼럼 및 주식정보를 전달하는 파워블로거로 활동했다. 지금은 총 400여 명의 인플루언서들과 뷰티, 패션, 리빙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16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들과 소통해 나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그룹, 레페리의 최고경영자(CEO)다. 최 대표는 국내 유튜브 인플루언서 육성 등을 통해 시장 확대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인플루언서들이 단순히 콘텐츠 창작을 넘어 마케팅, 상거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까지 나아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