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안 부럽네"…안전자산 '은' 가격 상승 20개월 만 '최대'

은 선물 가격, 3일 20.589달러…8.1%↑
미국 국채 금리 내려간 영향 받아
금 가격 대비 83분의 1 수준으로 저평가
친환경 산업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 기대
은 선물 가격이 2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서 은이 금을 대체할 만한 안전자산으로 주목 받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은 선물(12월분)의 트로이온스당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8.1% 오른 20.589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2월 1일(8.2% 상승)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이 가격이 20달러를 넘긴 건 지난 8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1일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17.645달러)보다는 16.6% 늘었다. 은과 같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선물(12월분)의 트로이온스당 가격은 이날 전거래일 대비 1.8% 오른 1702달러를 기록했다.
은 가격이 급등한 데에는 미국 국채 가격 급락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9bp(1bp=0.01%포인트) 떨어진 연 3.62%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한때 연 4%를 돌파했던 금리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 안전자산 시장에서 통상 은과 금은 미국 국채와 경쟁 관계에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미국 국채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대체재인 이들 귀금속의 가치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영국 금융업체인 시티인덱스의 파와드 라자차다 애널리스트는 “영국 중앙은행의 채권 매입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로 인해 미국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서 은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날 ISM이 내놓은 지난달 제조업 PMI 지수는 50.9를 기록해 28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웃돌았지만 시장 전망치(52.8)를 밑돌았다. 이 지수가 50을 상회하는 건 산업계에서 제조업계 전망을 긍정 평가하는 의견이 더 많다는 의미다.

투자업계에선 당분간 은이 안전자산으로 선호 받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 대비 은의 가치가 저평가 받고 있어서다. 올 들어 금 가격은 5.5% 떨어진 반면 은 가격은 9.7%나 하락했다. 역사적으로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은 50 대 1 수준이었지만 현재 이 비율은 83 대 1까지 벌어졌다. 미국 투자업체인 코퍼니크글로벌은 “지난 8월엔 두 귀금속의 가격 비율이 100 대 1를 기록했다”며 “가격 차가 이렇게나 컸던 건 최근 50년간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장기적으로 두 금속의 가격 비율이 50 대 1 수준을 회복하면서 은 가격이 오를 것이란 얘기다.수요 전망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도 은 가격 상승에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장신구 소재로서 귀금속 성격이 강한 금과 달리 은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산업용으로 쓰인다. 태양광 패널, 배터리 등 친환경 산업에 쓰이는 핵심 소재이기도 하다. 실버인스티튜트에 따르면 올해 세계 은 공급량 전망치는 10억3000만온스로 수요 전망치인 11억온스에 못 미친다. 귀금속 거래업체인 키네시스머니의 루퍼트 롤링 애널리스트는 “청정 에너지 사용에 맞춰 은 수요가 대폭 늘 것이란 기대가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