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마저…금리 年7%선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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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8% '초고금리 시대' 오나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연 7%를 돌파한 가운데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최고 금리도 연 7%를 넘어섰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은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남은 두 차례(10·11월)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 연 7%대 ‘초고금리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족의 이자 상환 부담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국민, 年7% 돌파…우리도 '눈앞'
美 고강도 긴축으로 금리 발작
하나·농협銀, 주담대 年7% 돌파
빚 부담 커지자 가계대출 줄고
예적금에만 한 달 새 30조 몰려
채권금리 발작에 대출금리 ‘껑충’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신용대출 상품인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우리은행(연 6.90%)과 농협은행(연 6.81%) 신한은행(연 6.81%)의 주요 신용대출 상품의 최고 금리도 연 7%에 바짝 다가섰다.은행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이미 연 6%를 웃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은행이 새로 내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6.24%로 2013년 7월(연 6.25%) 이후 9년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역대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연 9.2%)이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우대금리를 감안하면 은행 대출 창구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아직 연 6%를 밑돌지만 향후 채권금리가 치솟으면 연 7%까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시중은행의 이날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5.27~6.62% 수준이다. 신용등급 1등급인 경우에도 연 5~6% 이자를 물어야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것은 미국발 고강도 통화 긴축에 따른 금리 발작 여파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의 산정 지표로 쓰이는 금융채(무보증·AAA) 12개월물 금리는 지난달 28일 연 4.474%를 기록했다. 2009년 1월 2일(연 4.69%)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올해 초(1월 3일) 연 1.719%와 비교해 3%포인트 가까이 뛰었다.고정형 주담대 지표 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도 12년 만에 연 5%를 돌파했다. 이날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전세자금대출에 주로 활용되는 금융채 2년물 금리가 연 5%에 육박하면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최고 금리도 연 6.52%를 기록했다.
빚부터 갚자…가계대출 9개월째 감소
무거워지는 이자 부담에 가계 빚을 갚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 대출 잔액은 695조830억원으로 8월보다 1조3679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125조5620억원)이 전달보다 2조519억원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의 감소세를 이끌었다. 신용대출 금리가 치솟자 ‘빚투(빚내서 투자)’족들이 서둘러 빚 갚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반면 금리 인상 혜택을 볼 수 있는 은행 예·적금 잔액은 한 달 새 30조원 넘게 늘었다. 5대 은행의 9월 말 예·적금 잔액은 799조8141억원으로 전달보다 31조2708억원 증가했다. 올 들어 9개월간 100조원 넘는 뭉칫돈이 은행에 몰렸다. 연 4%를 돌파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5%를 향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법인·개인사업자 전용 비대면 상품인 ‘원(WON) 기업정기예금’은 14개월 이상 가입하면 연 5%의 이자를 준다.하지만 예·적금 금리 상승이 변동형 주담대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끌어올려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은행이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이 기준이 되는 코픽스엔 예·적금 금리가 영향을 미친다.
김보형/이소현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