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폐배터리 재활용' 경쟁…성공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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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잇단 의무사용법 도입에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폐배터리 관련주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자동차 전환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한 결과다. 각국 정부가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소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관련 종목의 주가가 껑충 뛴 배경이다.
미래 먹거리로 기대감 크지만
추출 기술·물량 확보 쉽지 않아
막대한 비용에 기업들 합종연횡
4일 호주 시드니공과대(UTS)에 따르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이 일반화되는 2040년 배터리용 천연 금속의 수요는 광물 종류에 따라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55%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폐배터리 회수율이 높은 코발트와 니켈의 상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1위 폐배터리업체로 꼽히는 성일하이텍의 회수율은 니켈 95~96%, 코발트 96~97% 수준이다. 들어간 광물을 거의 그대로 다시 뽑아낼 수 있는 정도까지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문제는 리튬이다. 이 금속의 이론상 회수율은 최대 90%지만 실제론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금속이다. 지하수를 지표로 끌어올려 증발시킨 뒤에 남은 리튬을 추출하는 채굴 방식 탓이다. 수자원을 낭비하고 인근 지역을 건조화할 가능성이 높다. 폐배터리 내 리튬 회수율을 높이는 게 친환경과 직결되는 셈이다.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은 회수율 증가를 위해 공정상 불순물 제거 방식, 새로운 화학적 솔루션 등을 고민하고 있다.재활용 사업의 원료가 되는 폐배터리 물량 확보도 관건이다. ‘폐배터리=핵심 광물’인 만큼 이를 둘러싼 업체 간 경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00~500㎏에 달하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수거와 운반도 쉽지 않은 문제다. 단순 가전제품도 운반에 비용이 드는 만큼 폐배터리 수거·운반에는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차량 분리와 해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문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막대한 비용과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과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삼성 계열사들이 10년 넘게 투자한 기업이다. 삼성물산이 6.3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SDI가 주요 출자자인 SVIC 2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지분 11.5%를 갖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화학은 600억원을 투입해 캐나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라이사이클 지분 2.6%를 확보했다. 두 회사는 라이사이클로부터 황산니켈 등 재활용 메탈을 10년간 공급받기로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