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횡령"…박수홍 부친, '친족상도례' 악용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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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형을 의심한다고? 내 형수를 의심한다고? 나를 위해서 희생하고 저렇게 나를 위해서 아끼고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통장을 보여달라고 그러고‥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냥 죽어야 하겠다는 생각밖에 안 했었어요."
지난해 9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한 방송인 박수홍 씨가 한 말이다. 방송 생활을 30년간 하면서 벌어들인 돈을 형과 형수가 마구 쓰며 백억원 가량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우연한 기회에 알려졌다.박수홍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던 지난 2020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건물주가 임대인을 위해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 확인해보니 자기 소유인 줄 알았던 건물은 형 이름으로 등기돼 있었다.
◆ 박수홍,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하려다 형 횡령 사실 포착박수홍 씨의 형은 소속 연예인이 동생 한 명뿐인 1인 기획사를 세워 매니저 역할을 해 왔는데, 법인카드는 박수홍 씨와 상관없이 사용됐고 일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월급이 지급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형과 합의해 보려던 박수홍 씨는 끝내 자신을 피해 다니자 지난해 4월 결국 고소했다.
박수홍 씨 형이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 씨 부친은 박 씨와 대질 조사에서 폭언과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법조계에 따르면 박수홍 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서울서부지검에서 예정된 대질 조사에 출석했다가 부친으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폭행당했다. 당시 조사실에는 박 씨와 그의 친형, 형수, 참고인 신분인 아버지가 있었다.
대질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박수홍 씨의 부친은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 "흉기로 해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박 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수홍 씨는 "어떻게 평생 가족들 먹여 살린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냐"고 절규한 후 과호흡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수홍 씨 측은 이전부터 부친으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박 씨의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박 씨 아버지는 박 씨 친형이 고소당한 이후부터 박 씨를 죽이겠다며 협박해왔다"며 "또 박 씨 재산 관리를 박 씨 친형이 아닌 자신이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박수홍 씨 부친은 어린 시절에도 칼로 많이 위협했다고 알려진다.◆ 박수홍 부친 "내가 횡령했다" 형의 죄 뒤집어 쓰려는 의도인가
검찰 관계자는 "80대 아버지가 검사실에서 조사받기 직전에 50대 친아들을 돌발적으로 때릴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박수홍 씨가 신변 보호를 요청한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박수홍 씨 부친은 형(큰아들)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 상황이다. 모든 횡령과 자산관리는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란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배임·횡령·공갈죄 등 재산 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이다.
형은 비동거 친족으로서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부친이 횡령한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에 규정된 특례 원칙이다. 형사 원칙인 만큼 모든 개별 범죄에 준용된다. 친족상도례 원칙은 ‘친족 사이에 벌어진 재산상 위법행위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 친족상도례 악용 사례 늘어…시대상 반영못해 지적도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을 구현한 친족상도례.
로마법에선 국가 대신 가장이 ‘가장권’으로 식구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대가족이 해체돼 가족끼리 발생하는 재산 다툼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집안 어른도 없는 데다, 가족 간 재산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①직계혈족(존·비속), 배우자, 동거 중인 친족, 동거 중인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재산범)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그 외의 친족 간의 죄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친족은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를 말한다. 재산범죄는 사기·공갈·절도·횡령·배임·권리행사방해·장물(강도·손괴는 제외) 등 7개 범죄다.
①항은 2005년, ②항은 1995년에 개정된 게 마지막이다.
범죄를 예방하고 단죄해야 할 형법이 악질적 범죄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자녀가 노부모 재산을 절도하거나 횡령하고, 부모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애가 있는 친족을 착취하고 재산을 갈취하는 사건도 있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족상도례는 국가가 집안 문턱까지 넘어가지 말고 존중해주자고 만든 법이지만 현재 법률 취지가 옅어지고 악용하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국민 정서상 이를 완전히 폐지하는 건 시기상조다. 다만 ①항은 폐지하고 고소가 있을 경우 친족일지라도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수홍 형 횡령 금액 약 116억원으로 추정…형수도 200억 부동산 소유
박수홍 씨는 지난해 4월 친형 박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116억원으로, 소멸시효로 인해 최근 10년 치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수홍 씨 친형 부부 권유로 가입한 생명보험만 8개이며,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보험 계약에 납입금만 14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8일 박수홍 친형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구속을 결정했다. 검찰은 친형뿐만 아니라 박수홍의 형수 이모 씨 역시 공범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가정주부인 형수 이 씨는 2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가액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강서구 마곡동 상가 8채를 남편인 박 씨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이 씨는 남편 박 씨가 설립한 소속사 메디아붐의 법인카드를 고급 피트니스 센터, 자녀의 영어, 수학 학원 등에 사용했으며, 박수홍의 통장에서 매일 현금 800만원씩 빼내 썼다.
이 씨의 현금 인출 증거는 박수홍 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왜 인출 금액이 매일 800만원이었을지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고액현금 거래 보고제도(CTR)를 회피하려 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CTR은 1일동안 금융기관에서 1000만 원 이상 현금을 옮길 시 거래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지난해 9월 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한 방송인 박수홍 씨가 한 말이다. 방송 생활을 30년간 하면서 벌어들인 돈을 형과 형수가 마구 쓰며 백억원 가량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우연한 기회에 알려졌다.박수홍 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겪던 지난 2020년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건물주가 임대인을 위해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깎아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를 위해 확인해보니 자기 소유인 줄 알았던 건물은 형 이름으로 등기돼 있었다.
◆ 박수홍,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하려다 형 횡령 사실 포착박수홍 씨의 형은 소속 연예인이 동생 한 명뿐인 1인 기획사를 세워 매니저 역할을 해 왔는데, 법인카드는 박수홍 씨와 상관없이 사용됐고 일한 적도 없는 사람에게 월급이 지급되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형과 합의해 보려던 박수홍 씨는 끝내 자신을 피해 다니자 지난해 4월 결국 고소했다.
박수홍 씨 형이 구속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 씨 부친은 박 씨와 대질 조사에서 폭언과 폭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법조계에 따르면 박수홍 씨는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서울서부지검에서 예정된 대질 조사에 출석했다가 부친으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폭행당했다. 당시 조사실에는 박 씨와 그의 친형, 형수, 참고인 신분인 아버지가 있었다.
대질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박수홍 씨의 부친은 "왜 인사를 하지 않느냐" "흉기로 해치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박 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수홍 씨는 "어떻게 평생 가족들 먹여 살린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냐"고 절규한 후 과호흡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박수홍 씨 측은 이전부터 부친으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박 씨의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법무법인 에스 변호사는 "박 씨 아버지는 박 씨 친형이 고소당한 이후부터 박 씨를 죽이겠다며 협박해왔다"며 "또 박 씨 재산 관리를 박 씨 친형이 아닌 자신이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박수홍 씨 부친은 어린 시절에도 칼로 많이 위협했다고 알려진다.◆ 박수홍 부친 "내가 횡령했다" 형의 죄 뒤집어 쓰려는 의도인가
검찰 관계자는 "80대 아버지가 검사실에서 조사받기 직전에 50대 친아들을 돌발적으로 때릴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박수홍 씨가 신변 보호를 요청한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박수홍 씨 부친은 형(큰아들) 대신 모든 죄를 뒤집어쓰려고 하는 상황이다. 모든 횡령과 자산관리는 본인이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란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배임·횡령·공갈죄 등 재산 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이다.
형은 비동거 친족으로서 범죄 사실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 고소하면 처벌할 수 있지만 부친이 횡령한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친족 간의 범행과 고소)에 규정된 특례 원칙이다. 형사 원칙인 만큼 모든 개별 범죄에 준용된다. 친족상도례 원칙은 ‘친족 사이에 벌어진 재산상 위법행위는 그 형을 면제한다’는 것이 골자다.
◆ 친족상도례 악용 사례 늘어…시대상 반영못해 지적도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을 구현한 친족상도례.
로마법에선 국가 대신 가장이 ‘가장권’으로 식구들에게 형벌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대가족이 해체돼 가족끼리 발생하는 재산 다툼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집안 어른도 없는 데다, 가족 간 재산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①직계혈족(존·비속), 배우자, 동거 중인 친족, 동거 중인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재산범)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②그 외의 친족 간의 죄는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여기서 친족은 8촌 이내 혈족과 4촌 이내 인척, 배우자를 말한다. 재산범죄는 사기·공갈·절도·횡령·배임·권리행사방해·장물(강도·손괴는 제외) 등 7개 범죄다.
①항은 2005년, ②항은 1995년에 개정된 게 마지막이다.
범죄를 예방하고 단죄해야 할 형법이 악질적 범죄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자녀가 노부모 재산을 절도하거나 횡령하고, 부모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애가 있는 친족을 착취하고 재산을 갈취하는 사건도 있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족상도례는 국가가 집안 문턱까지 넘어가지 말고 존중해주자고 만든 법이지만 현재 법률 취지가 옅어지고 악용하는 경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 "국민 정서상 이를 완전히 폐지하는 건 시기상조다. 다만 ①항은 폐지하고 고소가 있을 경우 친족일지라도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박수홍 형 횡령 금액 약 116억원으로 추정…형수도 200억 부동산 소유
박수홍 씨는 지난해 4월 친형 박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116억원으로, 소멸시효로 인해 최근 10년 치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수홍 씨 친형 부부 권유로 가입한 생명보험만 8개이며,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진 보험 계약에 납입금만 14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달 8일 박수홍 친형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구속을 결정했다. 검찰은 친형뿐만 아니라 박수홍의 형수 이모 씨 역시 공범으로 가담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가정주부인 형수 이 씨는 200억원에 이르는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가액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강서구 마곡동 상가 8채를 남편인 박 씨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다.
이 씨는 남편 박 씨가 설립한 소속사 메디아붐의 법인카드를 고급 피트니스 센터, 자녀의 영어, 수학 학원 등에 사용했으며, 박수홍의 통장에서 매일 현금 800만원씩 빼내 썼다.
이 씨의 현금 인출 증거는 박수홍 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드러났다.왜 인출 금액이 매일 800만원이었을지에도 관심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고액현금 거래 보고제도(CTR)를 회피하려 한 것 아니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CTR은 1일동안 금융기관에서 1000만 원 이상 현금을 옮길 시 거래 정보를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