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 버틸 재간이 없다"…커피 장사 접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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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두 국제원가 2년 새 104% 껑충"스타벅스처럼 가장 큰 카페도 가격 인상을 할까 말까 망설인다는데 우리 같은 작은 커피숍이 버틸 재간이 있나요. 가격을 올리고 손님이 뚝 떨어져 매장을 양도하려고 합니다. 그나마 손실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요.“
고환율까지 더해져 원가 압박 가중
"손실 커지기 전 빨리 털자"
온라인서 개인 카페 매장 양도글 속출
서울 강북지역에서 6년 넘게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38)는 최근 매장 양도자를 찾고 있다. 5일 오후 2시 기준 매장을 찾은 이는 단 한 명. 올해 상반기 커피 가격을 인상한 이후 가게를 찾는 고객이 크게 줄었다. 가격 경쟁력이 줄자 손님들이 주변의 저가 카페로 죄다 옮겨간 탓이다. 이 씨는 ”그나마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원두 값 인상에 대한 체감이 덜하지만 우리 같은 개인 카페들은 원자재 값 등락에 따른 부침이 크다“며 ”하반기 환율 인상 등으로 원두 수입가가 더 뛸 수 있다고 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게를 넘겨 투자금이라도 회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두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고공 행진을 지속하면서 커피를 파는 자영업자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원자재 가격 압박에 고환율까지 더해지면서 지금이라도 매장을 양도한 뒤 권리금이라도 챙기자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나마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양수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이날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네이버카페 몇 곳에서는 하루 사이에도 카페 양도를 홍보하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10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한 카페에선 ‘카페 양도’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3000건 이상의 관련 글이 뜬다. 커피업계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국제 원두 가격 상승과 인건비 상승, 물류비 증가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엔 환율까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인상 요인이 많아졌다. 업계 등에 따르면 국제 원두 가격은 2020년 말부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뭄과 서리 등 이상 기후의 여파로 브라질의 원두 작황이 나빠졌고 코로나19 이후 커피 수요도 크게 늘었다.
실제 아라비카 원두의 국제 원료 가격은 2020년 1t당 2455.48달러에서 올해 5009.95달러로 104% 올랐다. 같은 기간 로부스타 원두도 1293.37달러에서 2141.14달러로 65.5% 가격이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1달러당 1500원에 육박한 환율의 영향만 따져도 평균 7~10% 전후로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
한 원두 공급업체 관계자는 “올해 가격을 세차례나 올렸지만 그래도 이익은 줄었다”며 “정부에서 지난 7월 생두 할당관세를 0%로 떨어뜨렸다고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주로 원두를 수입하는 미국이나 콜롬비아, 유럽 등은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관세가 없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생두 제품은 환율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가격을 유지하자니 이익을 내기 어렵고 가격을 올리자니 고객이 떨어져 매출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을 운영하는 정 모씨(36)는 “임대료, 인건비 등을 다 더하면 마진율이 20% 이하로 떨어졌다”며 “작년까지만 해도 50%가 넘었는데 반도 안남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는 “커피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가격이 올라서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지만, 수익을 위해 너무 많이 올리면 손님이 외면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니 출혈성 경쟁도 심하다. 이제 자영업 시장에서 카페 수명은 3년이 최대인 것 같다"며 토로했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커피값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본사에서 최대한 인상을 배제하고 있지만 수입 원가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추가 상승을 하는 업체들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