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尹대통령 지시에 '조사·정책 기능 분리' 조직개편 추진(종합)

"조사·정책·심판 각 기능별로 전문화…법 집행 공정성·효율성 제고"
"한정된 행정자원 법 집행에 전념…불법 행위 신속 대응"
공정거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사와 정책 기능 분리를 포함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공정위는 5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최근 공정위 내부에 조직 선진화 추진단을 설치하고 관련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6일 윤수현 부위원장의 업무보고 때 조사·심판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성을 강화하고 사건 처리를 신속화하는 한편 증거자료를 철저히 보존·관리하는 등 법 집행 기준과 절차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조사 기능과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 방안도 함께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사·정책·심판 각 기능을 기능별로 전문화해 법 집행의 공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라는 취지다.

공정위는 "내부 의견수렴과 학계 등 외부 전문가 의견 청취, 주요 선진 경쟁 당국 사례 검토를 통해 조직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분리 수준과 형태 등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독점 및 불공정 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의결하기 위해 설립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자 준사법기관이다. 위원회 산하 사무처는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을 수립·운영하고 법 위반 사건을 조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들은 대부분 조사와 정책 기능을 분리해 운영한다"며 "이는 한정된 행정자원을 법 집행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불법 행위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사와 정책 기능이 각각 전문화하면 사건 처리 전 과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감독이 용이해져 신속한 사건 처리, 충실한 기록 관리, 피조사인의 권리보호 등에 기여하고, 경쟁 촉진,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 보호 등 정책기능이 통합돼 관련 정책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조사와 정책 기능을 어떤 수준에서, 어떤 방식으로 분리할지는 미지수다.

공정위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독일은 법률 또는 사건 유형별로 조사와 정책 기능을 구분하고, 싱가포르와 일본은 사무처 조직을 아예 이원화해 운영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장기 정책 개발과 경쟁 주창 등 일부 정책 기능이 조사 기능과 분리돼 있으나 분리 수준은 다른 국가보다 제한적이다.

공정위는 조사와 심판 기능을 분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심사관(조사)은 위원회(심판)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없고 위원회는 사무처의 조사과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기능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심결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심의사건 보고 체계, 조사·심판부서 운영방식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개선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 신뢰 등을 고려해 더 엄격한 분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사와 심판 조직을 아예 분리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경쟁 당국은 한 기구 내에서 조사심판 기능을 모두 담당하되 심결의 공정성을 위해 두 기능을 분리해 운영한다"며 선을 그었다.

공정위가 조직 개편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갑작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나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한기정 위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치고 임명을 기다리던 시기인 지난달 초 조직 선진화 추진단을 출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조직 개편과 별도로 조사 단계 이의 제기 절차 및 상황 회의 신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건처리 기준 마련, 대체적 피해 구제 수단 활성화 등 법 집행 효율성 제고, 사건 기록물 보존·관리 강화, 사건처리 기간 관리시스템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법 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현재 사무처장을 단장으로 하는 내부 태스크포스(TF)에서 법 집행 시스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내달 학계 등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12월 최종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