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화 시급…상설 임시 레포기구 활용해 달러 확보해야"
입력
수정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연초부터 고공행진을 벌이며 14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12월 600억달러 한도로 도입한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환매조건부로 달러를 대출해주는 제도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환율안정의 필요성과 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은 외화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미 국채로 보유하고 있다"며 "상설 임시 레포기구를 활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이렇게 확보한 달러를 기업이나 금융사에 대한 단기 외화대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국민연금이 보유한 미 국채를 활용해 달러를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이번에 한국은행과 통화스와프(달러와 원화 맞교환)를 통해 조달하는 100억달러 중 3분의 1을 미 국채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하는 미 국채 규모는 약 2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자금을 제공하고, 국민연금은 한국은행에 원화자금을 제공하는 구조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 국채를 17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다.
국민연금이 미 국채를 담보로 해외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달러화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한국은행에 대출하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진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 3월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를 것이란 관측이 영향을 미쳤다. Fed는 지난 6·7·9월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발표된 점도표에 따르면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4.5%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올해 남은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