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에 소주병까지 들고 위협…그 때 생각하면 무섭죠" [권용훈의 직업 불만족(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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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7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앞. 덩치 큰 경호원 느낌이 물씬 풍기는 5년 차 무도실무관을 만났다. 헬스장에서 3대 500(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3가지 운동 중량을 합해 500kg이 된다는 헬스 용어)은 칠 것 같은 그는 이곳이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 중 하나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자신을 짧게 소개하자면.
살인, 강도, 성폭행, 미성년자 유괴 등 조두순 같은 4대 강력범들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는 무도실무관입니다. 법무부 산하 기관인 보호관찰소에서 전자 감독 업무를 하고 있어요. 전국에 보호관찰소가 58곳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생소한 직업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강력 범죄자들은 형량을 채우고 출소하더라도 재범률이 높아요. 법원에서 정해준 기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채우는데 이 장치를 활용해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보고 있어요. 관리대상자에게 수시로 전화하고 정기적으로 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출근하면 어떤 일부터 시작하나요.
배터리 충전 상태부터 확인하죠. 제 휴대폰 배터리 말고 관리대상자의 전자발찌 배터리 말이에요(하하). 충전 상태를 확인하고 20% 밑으로 떨어져 있으면 충전하라고 전화부터 걸어요.
▷전자발찌가 끊기 쉽다고 들었는데.
관리대상자가 전자발찌를 절단하는 사고가 작년에만 19건 있었지만 사실 전자발찌는 끊기가 엄청 어렵습니다. 초인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몇년 전에 제가 직접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는데만 30분이 넘게 걸렸어요. 전자발찌 테두리에 검은색 고무재질로 코팅된 부분이 손상되면 저희 시스템에 긴급출동 명령이 떨어져요. 보통 20분 안에 출동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절단하지 못하면 바로 붙잡히죠.
▷전자발찌를 훼손하면 누가 변상하나요.
관리대상자 본인이 변상해야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장치 1개에 30만원인데 대부분 갚지 않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무도실무관 1명이 보통 몇 명을 감시하나요.
전자발찌 대상자는 현재 4000여명입니다. 현재 전국에 무도실무관은 170명 남짓이고요. 올해는 무도실무관 1인당 전자발찌범 35명씩은 관리하고 있어요.
▷전자발찌의 위치추적기능은 정확한가요.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지만 오차가 커요. 대기업이 만든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이 더 정교할 것 같아요. 약 4분마다 위치가 업데이트됩니다. KTX라도 타고 있으면 갑자기 순간이동하는 셈이죠. 한번은 등산하던 관리대상자 위치가 갑자기 끊긴 적이 있었어요. 아무리 전화해도 받지 않아서 마지막으로 위치 신호가 잡힌 산 중턱까지 올라갔었죠.▷위험한 순간은 없었나요.
세상에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강력범 주변에는 가족, 친구도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범죄가 심야시간대에 발생하다 보니 밤이 되면 늘 긴장의 연속이죠. 경보가 울리면 출동해야 하니까요. 작년 이맘때 조두순처럼 금주령이 내려진 관리대상자가 과음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었어요. 관리대상자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는데 욕설을 내뱉으며 소주병을 든 채 주먹을 꽉 쥐더라고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심장이 철렁합니다.▷월급은 얼마 정도 받나요.
세금을 다 제외하면 월 300만원 초반대로 받습니다. 제가 일한 지 몇 년 안됐지만 10년 차 선배와 월급이 비슷해요(하하). 다들 무기계약직 신분인 공무직 근로자거든요. 연차가 쌓여도 월급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제가 공무원인 줄 알고 있어요. 공무원 연금은 당연히 없고요.
▷업무 강도는 어떤가요.
엄청 힘들죠. 언제 출동할지도 몰라요. 3교대로 운영되는데 이번 연휴 때에도 당연히 출근했었죠. 출동할 땐 2인 1조로 나가고요. 주 52시간은 칼처럼 지킵니다.
▷강력범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겉보기에 멀쩡한 사람들이 많아요. 몸에 문신이 있거나 얼굴이 무섭게 생기지도 않았어요.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개인적인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살인범 성격이 그나마 가장 순했어요. 대부분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생활 동안 죄를 많이 뉘우치고 나와서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최악은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들이에요. 잔꾀를 너무 많이 부려요. 가끔 통화하면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안부를 묻기도 하는데요. 뭔가 부탁하거나 귀가 시간을 늦춰달라는 요구를 위한 수작이죠.▷강력범들을 관리하면서 특이한 점은 뭔가요.
생각보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말이죠 (웃음). 그럴 때마다 왜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장 황당했던 경험은 뭔가요.
전자발찌를 찬 강력범 중에 사회생활을 아예 안 하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그럼 소득이 없으니 기초생활수급자로 돈을 받게 됩니다. 그럼 법무부에서 쌀이나 라면 같은 식료품도 지급해주기도 하고요. 국민들이 낸 세금이 아무 일도 안 하는 강력범들에게도 무상으로 들어간다는 게 황당하죠.▷전자발찌범들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신분 확인이 철저한 일반 회사 같은데 소속되기엔 어려우니까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무도실무관을 소개했던데.
저희가 하는 일을 잘 설명했지만 그래도 방송이잖아요.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모습을 연출했던데 실제로 일할 땐 방송에서 입고 있던 검은색 방검복은 못 입어요. 저희가 방검복을 입고 출동하면 관리대상자들이 기겁하거든요. 등판에 '법무부 보호관찰'이라고 큼직하게 쓰여있어서 입고 있으면 눈에 너무 띄기도 하고요.
▷앞으로 목표는.
좀 더 안전한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지만 정년까지 꽉 채워서 일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직업 불만족(族) 편집자주
꿈의 직장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에서도 매년 이직자들이 쏟아집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이직을 염두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야흐로 '大 이직 시대'입니다. [직업 불만족(族)]은 최대한 많은 직업 이야기를 다소 주관적이지만 누구보다 솔직하게 담아내고자 합니다. 이색 직장과 만족하는 직업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직장 생활하는 그날까지 연재합니다. 아래 구독 버튼을 누르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많은 인터뷰 요청·제보 바랍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