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성의 성공, 왜 느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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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숙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msoh@kofwst.org내 또래의 여성 과학기술자는 학업 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차별을 공유하곤 한다. 여성이어서 기업의 장학금 대상이 아니었고,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여학생을 받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공표하는 연구실이 있었고, 교수로 지원하려고 하니 여성 교수는 고려하지 않으니 지원하지 말라는 충고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일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 차별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022년에는 이 같은 노골적인 차별은 대부분 없어졌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왜 리더급 여성은 여전히 적을까?
<여성의 성공, 왜 느릴까?>의 저자 밸리언은 성별 스키마, 성별 차이에 대한 인식과 고정 관념이 여성을 낮게 평가한다고 했다. 또한, 이런 미세한 차별이 쌓여 큰 불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다른 분야에도 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 같은 이력서에 이름을 영희에서 철수로 바꿨을 때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은 국외 연구에서 여러 번 검증됐다.같은 의미로 요즘은 무의식적 편향과 이로 인한 차별이 논의된다. 무의식적 편향 혹은 편견은 잠재의식 속에 존재하며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습된 태도 또는 고정관념으로 정의된다. 이는 젠더뿐만 아니라 인종, 나이, 키와 같은 신체적 특성 등 다양한 요소에 적용된다. 구글 벤처스에서 제공하는 ‘직장에서의 무의식적 편향’ 비디오에서는 우리가 모두 무의식적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미세한 차별이 쌓여서 어떻게 큰 차별로 돌아오는지 전산 모사를 통해 보여준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무의식적 편향에 의한 차별을 줄이고 포용적 조직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채용 과정에서의 편향을 줄이기 위해 직무에 직접 관련된 사항을 제외한 다른 정보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직무에 관련된 사항으로 질문을 구성하고 모든 지원자가 같은 질문을 받고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각 직무가 필요로 하는 지식, 역량, 기술에 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하며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무의식적 편향 중 하나인 성 편견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편향을 인식하고 편견에서 오는 차별을 수정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2022년 우리 사회의 여성들은 무의식적 편향에서 오는, 때로는 인식도 못 하는 미세한 차별이 쌓여 큰 차별로 돌아오는 사회에서 남녀 모두 필요한 지원을 받고 평등한 기회와 평가를 받는 사회를 이뤄가야 하는 더 어려운 과제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