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송현동 부지…110년 만에 시민 품으로

'이건희 기증관' 착공 전
2024년 12월까지 임시 개방
서울광장 3배 크기 녹지광장
중앙엔 야생화 군락지 조성
송현동 터 오늘부터 개방 ‘이건희 기증관’(가칭) 예정지인 경복궁 인근 서울 송현동 터가 송현열린녹지광장으로 7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개방 기한은 2024년 12월까지 약 2년간이다. 3만7117㎡ 규모의 광장에서 서울건축비엔날레 등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허문찬 기자
‘이건희 기증관’(가칭) 예정지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 터가 7일부터 시민에게 임시 개방된다. 한 세기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접근할 수 없었던 서울광장 세 배 면적의 땅이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서울시는 3만7117㎡ 규모의 송현동 부지를 ‘쉼과 문화가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으로 조성해 일반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대한항공,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3자 매매·교환 방식으로 송현동 부지를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남쪽 부지와 맞교환하는 계약을 맺었다.부지를 둘러싸고 있던 4m 높이의 장벽은 1.2m 돌담으로 낮아져 중앙잔디광장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중앙잔디광장 주변으로 코스모스, 백일홍 등 야생화 군락지가 조성됐다. 광장을 가로지르는 보행로를 따라 걸으면 청와대와 광화문광장, 인사동, 북촌 골목길로 향할 수 있다.

개방 기한은 이건희 기증관 착공(2025년 1월 예정) 직전인 2024년 12월까지다. 서울시는 이때까지 송현동 부지를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 공간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내년 5~10월 예정된 서울건축비엔날레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서울에서 열린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내년 이곳에서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임시 개방 후에는 이건희 기증관을 품은 송현문화공원(가칭)으로 조성해 서울의 대표 문화·관광 명소로 키울 계획이다. 기본계획에는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하나의 공원으로 구현하는 통합 설계 지침이 포함됐다. 내년 상반기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통합 공간 계획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2027년 이건희 기증관과 공원을 동시에 완공해 개장하는 게 목표다.

송현동 부지는 1910년 일제강점기 식민자본인 조선식산은행 사택으로 쓰였고, 해방 후에는 주한미국대사관 직원 숙소가 들어섰다. 1997년 삼성생명이 국방부로부터 1900억원에 매입해 미술관을 지으려다 계획을 접었고, 2002년 대한항공에 2900억원에 매각했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7성급 한옥 특급호텔 건설을 추진했지만 학교 주변에는 호텔을 지을 수 없다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무산됐다.

송현동 터 임시 개방을 기념하기 위해 7일 오후 5시30분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과 음악회를 겸한 ‘가을달빛송현’ 행사를 연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