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년 5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 세계 최초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테크데이' 개최
4세대 14나노급 생산하는 경쟁사보다 한발짝 앞서
"2030년 1000단 V낸드 개발한다"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1위
"현재 감산 논의하고 있지 않아"
경기침체에도 '자신감' 피력

시스템 반도체 900여개 제품
포트폴리오로 '원스톱 솔루션' 제공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세대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D램을 내년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한다. 추격해오고 있는 경쟁사들을 기술력으로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선언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5일(현재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그니아호텔에서 열린 '삼성 테크데이'에서 "삼성전자가 약 40년 동안 만들어낸 메모리의 총 저장용량 1조GB(기가바이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지난 3년 동안 이뤄졌을 정도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고대역폭, 고용량, 고효율 메모리를 통해 다양한 새로운 플랫폼과 함께 진화하며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등을 포함해 총 800여명이 참석했다.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개발 계획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이날 차세대 제품 로드맵 발표는 세계 1위의 자신감을 드러낸 자리였다. 특히 업계 최초로 공개한 5세대 10나노급 D램의 내년 양산 계획이 가장 주목 받았다. 반도체 안의 회로간격(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 수준인 10㎚까지 좁게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 생산업체는 한 웨이퍼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어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경쟁사들은 현재 4세대 14나노급 D램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5세대 기술을 적용한 10나노급 D램 양산 계획을 공개하며 경쟁사들보다 한발짝 앞서나간 것이다.
이와 함께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 기술을 적용해 제품이 미세화화되면서 나타나는 한계를 극복할 방침이다. HKMG 공정을 적용하면 저전압에서도 고성능을 구현할 수 있으며 전력 효율을 높여 기존 공정 대비 전력소모를 13%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V낸드 분야에서도 경쟁사들과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고,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176단인 7세대 V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은 올해 200단 이상 V낸드 기술을 공개하며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높이 쌓는 '단수 경쟁'을 펼쳐왔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1000단까지 쌓을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며 차별화했다.올해는 세계 최고 용량의 8세대 V낸드 기반 1TB(테라바이트) TLC(트리플레벨셀)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TLC는 셀 하나에 3비트까지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삼성전자는 이날 7세대 대비 단위 면적당 저장되는 비트의 수를 42%를 향상한 8세대 V낸드 512Gb(기가비트) TLC 제품을 공개했다.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30년 동안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 최강자로서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이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삼성전자는 기술 혁신을 통해서 지난 30년 동안 메모리 시장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램 분야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점유율 42.7%(매출 401억달러)로 2위 SK하이닉스(28.6%)로 격차를 14%포인트 이상 벌린 압도적인 1위다. 낸드 분야에서도 시장점유율 33.9%(지난해 매출 232억달러)로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키옥시아(점유율 18.9%)와 격차는 5%포인트 벌어져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메모리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우려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현재로서 감산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론과 키옥시아는 최근 수요 감소에 대비해 생산량을 조절하겠다고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1위 업체로서 현재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낸드 메모리 분야의 기술 경쟁에 대해서도 여유있는 자세를 견지했다. 한 부사장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높이 쌓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셀이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보강하거나 위아래 셀 사이에 간섭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2030년까지 1000단을 개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면서 경쟁사를 압도한 것이다.

◆900여개 시스템 반도체 보유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포트폴리오가 강조됐다.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오전에 열린 시스템반도체 행사 기조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간의 두뇌, 심장, 신경망, 시각 등의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SoC(시스템 온 칩), 이미지센서, DDI(디스플레이 드라이버 IC), 모뎀 등 다양한 제품의 주요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하는 '통합 솔루션 팹리스'가 되겠다"고 강조했다.삼성전자는 900여종의 시스템반도체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경쟁사들은 이들 분야 가운데 한두개에만 집중하는 데 비해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전분야의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박 사장은 "900여개 제품으로 고객에게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도 공개됐다. 차세대 차량용 SoC '엑시노스 오토 V920', 5G 모뎀 '엑시노스 모뎀 5300', 퀀텀닷 OLED용 DDI 등 신제품들이 행사장 한 켠에 전시됐다. 프리미엄 모바일AP '엑시노스 2200', 업계 최소 픽셀 크기의 2억 화소 이미지센서 '아이소셀(ISOCELL) HP3', '생체인증카드'용 지문인증IC 제품 등도 볼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