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흥행 및 나스닥 안착, 서드하모닉…바이오 투심 회복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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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의 글로벌워치] 2600억원 조달1억8530만달러(약 2600억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모은 신약벤처 서드 하모닉 바이오가 나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나스닥 기업공개(IPO) 업체 중 1억달러 이상의 공모자금을 모은 곳은 지난 5월에 상장한 펩젠 이후 서드 하모닉 바이오가 처음이다.
'빙하기'서 호재 반영하는 '옥석가리기'로
지금껏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 ‘해빙기’가 오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다. 7일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미국 IPO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3분기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IPO의 공모자금은 75억달러(10조 5900억원)로 전년 1340억달러(189조 2300억원) 대비 94.4% 급감했다. IPO 건수는 420개에서 116개로 72.4% 줄었다. 언스트앤영은 거시경제의 변동성 증가에 따른 유통시장의 투자심리 위축, 유동성 감소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표 설명)2022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미국 유통시장에 기업공개(IPO)한 기업 수 및 공모 규모 현황. IPO 건수는 72%, 공모 규모는 94% 줄어들었다.
자료: 언스트앤영(EY)
바이오헬스케어 업종만 떼어놓고 보면 IPO 건수는 더 가파르게 줄어든다.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전문 매체 엔드포인트 및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자체 집계 결과,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은 29개로 전년 동기 대비 79.3% 감소했다(2021년 140개 → 2022년 29개). 3분기엔 유독 IPO 수가 더 적었다. 올 상반기(1·2분기) 중 IPO한 바이오기업은 25개였으며, 3분기엔 4개에 그쳤다. 정책금리 인상 등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이 이 기간 구체화되면서 IPO 시장이 더욱 위축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스닥 바이오 공모주 선방 중
올해 나스닥에 입성한 바이오 기업 18개(스팩합병 제외) 중 현재 주가(6일 종가 기준)가 공모가보다 높은 곳은 서드 하모닉 바이오를 포함해 8개였다. 18개 중 10개는 공모가 아래로 하락했다.지난 4월 20억달러(2조8200억원)를 모으며 화려하게 나스닥 시장에 데뷔한 힐스트림 바이오파마의 주가는 84센트로, 공모가 4달러 대비 79% 급락했다. 이 회사는 철(Fe)의 산화 작용에 의해 세포가 사멸하는 기전인 페롭토시스를 활용해 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공모 당시 연내 선도 후보물질인 ‘HSB-1216’에 대한 임상을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공모 이후 일정이 연기됐다. 내년 상반기 임상을 신청한 뒤, 하반기 1상 진입으로 계획을 바꿨다.감마델타 T세포를 활용한 동종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TC바이오팜은 29센트로, 공모가 4.25 달러 대비 93.2% 폭락했다. 지난 5월 긍정적인 임상 1b·2a상 결과를 발표했으나, 400만달러 규모 유상증자 등이 주가 하락에 악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신약허가나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기업의 주가는 우상향했다. 업종 전체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빙하기'에서 '옥석가리기'로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루게릭병 치료제로 승인받은 ‘렐리브리오’의 개발사 아밀릭스 파마슈티컬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69% 급등했다. 연초 1억2375만달러를 공모로 조달한 CAR-T 치료제 개발업체 아셀렉스 또한 공모가 대비 25% 주가가 상승했다. 아셀렉스는 투약 환자 31명 중 22명에게서 완전관해(CR/sCR)를 확인한 임상 1상 중간결과를 지난 6월 미국 임상종약학회(ASCO)에서 발표했다. 아셀렉스의 CAR-T 후보물질 'CART-ddBCMA'는 활성도를 제어할 수 있는 차별점이 있다. 투약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 방출 신드롬(CRS)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공모가 대비 주가가 가장 오른 곳은 지난 4월 나스닥에 상장한 벨리테 바이오다. 미충족 수요가 큰 건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공모가 6달러로 상장해 385% 폭등한 29.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보스턴의 대형 벤처캐피털(VC)인 아틀라스벤처가 작정하고 설립 및 투자한 서드 하모닉 바이오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11% 올랐다. 3분기 IPO한 기업 4곳 중 유일하게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서고 있다. 서드 하모닉 바이오는 노바티스에서 도입한 'KIT' 억제제 기반 후보물질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개념증명(POC)을 위한 임상 1b상 데이터를 연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 후보물질이 1개뿐이며, 플랫폼 기술 기업이 아니라는 약점에도 아틀라스벤처를 뒷배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공모 규모에 가중치를 두어 계산한 2022년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2%였다.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수가 연초 대비 18.04% 하락했다는 점에 미뤄보면 비교적 선방했다. 국내 벤처캐피털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에서 해외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안재열 상무는 "잠재력이 있는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비교적 낮은 몸값으로 나스닥에 입성하면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좋은 결과를 내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며 "호재가 이들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돼 공모가 대비 크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안 상무는 "4분기에는 저점을 찍고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