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가 170억어치 사들인 종목 뭐길래…"특이 케이스" [신민경의 편드는 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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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운용사 6곳, 단일종목 혼합형 ETF 준비
삼성전자부터 테슬라·애플·엔비디아까지
같은 '단일종목 ETF'지만…美와 형태·전략·보수 달라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의 몫이라고 하죠. 최근과 같은 시장에서 직접투자로 인한 손실을 속앓이 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입니다."확실히 '특이 케이스'예요. 해외에서 이제 막 상장된 게 벌써 우리 투자자들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오르다니요."
투자의 대상을 고를 때에는 누군가 내 편처럼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전문가가 내 자산을 굴려준다면요?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간접투자인 펀드에 대해 자세하고 알기 쉬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펀드투자에 있어서 모두의 편을 들어주는 균형있는 정보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한 상장지수펀드(ETF) 전담 애널리스트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한 달(9월 5일~10월 4일) 동안의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 순매수 종목들을 함께 살펴보면서 내놓은 반응입니다.
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 포털인 '세이브로'에 따르면 미국 운용사 디렉시온이 출시한 ETF '데일리 테슬라 불 1.5배 셰어즈'(DAILY TSLA BULL 1.5X SHARES)는 지난 1개월간의 서학개미 순매수 종목 톱 18위에 올랐습니다. 서학개미들이 해당 기간 이 종목을 새로 사들인 금액이 1205만달러(약 169억원)을 웃돕니다. 통상 대중적이고 상장한 지 오래된 종목이 리스트 윗단을 채워왔는데, 8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새내기'가 떡하니 등장했으니 이례적인 셈입니다.
벌써 23종이나…미국서 유행하는 단일종목 ETF
일반적인 순위공식을 깨버린 이 ETF의 정체는 뭘까요. 이름에서 보여지듯 테슬라 수익률의 1.5배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ETF 이름에 특정 종목명이 담긴 게 생소하지요? 우리나라엔 '삼성그룹' 'LG그룹' 등 그룹주를 언급한 ETF는 있어도 하나의 종목을 앞세운 ETF는 없는데 말이죠.미국은 ETF를 만들 때 기초지수를 연동하지 않아도 되고 구성종목의 개수 제한도 없습니다. 때문에 글자 그대로의 '단일종목 ETF'를 내놓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미국 단일종목 ETF들은 레버리지·인버스 효과를 타기팅하기 때문에 대부분 파생형으로 출시됩니다. 레버리지 비율도 1.25배, 1.5배, 1.75배, 2배 등 다양합니다. 현재 기준 미국시장에선 총 23종의 단일종목 ETF가 거래되고 있습니다.하지만 미국에서 줄줄이 나오는 '단일종목 ETF'를 우리나라에선 만날 수 없습니다. 규정상 불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자본시장법 234조과 법 시행령 246조에선 운용사는 ETF 운용 시 기초지수 변화에 연동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금융투자업규정 제7-26조에선 상장지수펀드의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 반드시 10종목 이상(국채 등은 3종목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일반적으로 '규제'의 뉘앙스가 부정적이긴 하지만 미국과 한국 중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볼 문제는 아닙니다. 어느 운용사 임원은 이를 두고 '투자정서의 차이'라고 짚습니다. 그는 "ETF는 미국에서는 '그릇'의 의미라면 한국에선 '건강한 한상차림'으로 통한다"고 표현했습니다. 미국은 레버리지·인버스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하고자 ETF를 도구로 활용하는 측면이 크지만, 한국은 상품이 갖고 있는 저비용·분산투자 효과 자체에 집중한다는 얘기입니다.
연내 국내에도 뜬다…다만 '채권혼합' 형태로
다만 특정 종목이 주인공인 ETF는 곧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입니다. 주식과 채권을 혼합해 투자하는 '혼합형 ETF'를 통해섭니다. 즉 혼합채권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특정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되는 건데요. 대표 주식종목 한 개를 선별한 뒤 포트폴리오의 남은 공간은 채권으로 채워넣는 식입니다. (▶2022년 9월1일 기사 참조 ([단독] 삼성전자·애플·테슬라…국내 첫 단일종목 내건 ETF 나온다)앞서 살펴봤듯 원래는 금융투자업 규정상 주식을 한 개나 소수만 담아서 ETF를 만들 수 없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혼합형 ETF에 한해서 주식과 채권을 합해 10종목을 꾸릴 수 있게 한 것인데요. 이 때 단일종목의 비중 상한은 30%입니다. 상품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서인지 우리나라에서도 '단일종목 ETF'로 불리고는 있지만 해외와는 확실히 다른 형태입니다. 주요 운용사 6곳이 연내 동시상장을 목표로 이런 콘셉트의 ETF를 준비 중인데요.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전기차 대표주인 '테슬라'를 단일주식으로 담기로 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은 미 대표 기술주인 '애플'을 낙점했고 KB자산운용은 삼성 주요 계열사 3사(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SDI)를 골랐습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글로벌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인 엔비디아를 골랐습니다.
이들 단일종목 채권혼합형 ETF들의 운용 방식은 전부 '액티브'가 아닌 '패시브' 형태가 될 전망입니다. 액티브는 비교지수 대비 초과성과를 내는 것이 주 목적인데, 채권혼합형 ETF는 아웃퍼폼보다는 기초지수를 착실히 추종하는 것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레버리지·인버스 등 파생형이 아닌 1배짜리 지수 추종형을 취할 예정입니다. 채권과 주식을 합해 변동성을 낮춘 상품을 레버리지로 불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운용보수도 약 0.3%로 국내 ETF 평균 보수율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단일종목 ETF 과반이 보수율 1%를 웃도는 것은 레버리지·인버스 파생전략을 펴서 그렇습니다.
"연금계좌에 테슬라 넣는다"…일각선 '취지 퇴색' 우려도
우리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국형 '단일종목 ETF'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요? 관련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시장에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투자수단이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선 일정한 방향성을 추구하는 상품은 아닌 만큼 퇴직연금 투자 용도 이외의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란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주된 타깃은 퇴직연금 시장입니다. 퇴직연금 DC형 계좌에선 위험자산의 투자 한도가 70%로 한정되고 있어서 개인 투자자들은 나머지 30%를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하는데요. 이 30%의 공간은 개별 종목으로 채울 수 없고 펀드를 활용하도록 돼 있습니다. 최대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려는 사람들이 혼합형 ETF를 선택할 수 있는 건데요. 이 가운데서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된 ETF보다는 내가 선호하는 한 종목이 30% 노출돼 있는 펀드를 사는 게 더 좋겠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초대형주 등을 연금계좌에서도 주요하게 사들일 수 있다는 게 꽤 매력적인 지점인 거죠.
특히 단일종목에 집중하는 ETF는 자산배분 전략상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공원배 KB증권 WM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은 "선진국(미국) 주식과 한국 국채를 섞었을 때가 한국인에 가장 유리한 자산배분 조합"이라며 "미국 국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되지만 여기에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더해지면 주식의 변동성과 맞먹는다. 때문에 안정성을 같이 챙기려면 한국 국채를 고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디지털리서치팀 연구원도 "매크로 상황이 너무 안 좋다보니 지수만으로 대응하기 버겁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라며 "S&P500과 코스피지수가 아닌 그 지수를 구성하는 핵심 개별종목에 집중해 접근하는 전략이 추세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밖에 국내주식이든 해외주식이든 개별 종목의 비중이 큰 만큼, 그 종목의 주가 방향성에 확신을 갖는 경우에도 투자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래에셋 등 일부 자산운용사의 경우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 등 시장 대표주이면서 변동성이 큰 종목 위주로 ETF를 준비하고 잇는 만큼 손실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겁니다.빈틈도 짚어볼까요. "단일종목 중심의 펀드가 과연 'ETF의 취지'에 맞는가"하는 지적이 대표적인데요. 저비용으로 분산투자하는 게 강점인 ETF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어 보입니다. 한국거래소도 이 점 때문에 고민을 했지만, 결국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늘리는 차원에서 관련 상품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취재를 하면서 우려되는 지점으로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것은 '투자자 오해'입니다. 국내 출시될 혼합형 ETF들과 미국에서 유행하는 단일종목 ETF를 같은 것으로 잘못 이해하고 투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시선입니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국내운용본부장은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보면 삼성전자 주식 중심의 혼합형 ETF를 매수했을 때 채권은 변동이 없고 삼성전자가 10% 오르는 날 해당 ETF는 3%밖에 못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말 그대로 단일종목 ETF로 오해하고 샀던 투자자들로선 당황스러울 수 있는 일"며 "운용 업계에선 '단일종목 ETF'로 마케팅하기 좋은 반면 투자자들로선 오도될 여지가 있는 만큼 회사나 투자자 모두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나아가 향후 레버리지 전략이 가미된 단일종목 ETF가 국내 출시될 경우엔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배정연 신영증권 ETF 담당 연구원은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아 거래 회전율이 매우 높다. 또 국내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 11.2%로 미국 1.2%, 일본 1.3%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변동성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비중 조정(리밸런싱) 거래로 인한 영향도 레버리지 비중이 큰 국내에서는 극대화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도 조언했습니다. 다만 국내 시장의 경우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미국에서와 같이 단일종목으로 일정한 방향성을 추구하는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