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조건 다 등장"…롯데 vs 대우, 한남2구역 누가 맡을까

사업 조건·설계 방식 등 제시
내달 5일 시공사선정총회 진행
한남2구역 전경 사진=한경DB
올 하반기 서울 최대 정비사업으로 꼽히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2구역을 두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우건설이 사업비 전체를 책임 조달하고 조합원들에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의 이주비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자 롯데건설은 140%의 LTV와 한남 뉴타운 내 최저금리로 이주비를 주겠다는 맞불을 놨다.

설계 방식에서도 다양한 안을 내놨다. 롯데건설은 힐튼,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을 설계한 곳과 유명 건축가를 동원해 명품 디자인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기존 14층에서 21층 상향 설계안과 주동 배치도를 수정해 건폐율을 낮췄다. 관련 업계에서는 '역대급 조건'들이 나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열 가리기 어려운 사업 조건"

10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7일 한남2구역 조합에 사업 조건을 제시했다. △분담금 100% 입주 4년 후 납부(금융비용 롯데건설 부담) △경쟁사 대비 높은 신용도로 4대 은행과 협약 완료 △한남뉴타운 내 최저금리 및 이주비와 사업비 총 4조 책임 조달 보장 △공사비 이자로 인한 추가 부담 없는 분양수익금 내 기성불 △노후주택 및 상가 유지보수비 7000만원 지급 등이다.

롯데건설은 분담금 100%를 입주 4년 후 납부로 기한을 넉넉하게 잡고 입주할 때까지 조합 대출 없이 회사가 금융비용을 부담한다. 또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시중은행과 협업해 한남 뉴타운 내 최저금리로 사업비와 이주비를 조달할 예정이다.

공사비 지급조건으로는 '분양수익금 내 기성불'을 내세웠다. 조합이 분양을 진행하고 수입이 생겨야 공사비를 받아 갈 수 있는 조건으로 조합에 유리한 지급 조건이다. 공사비 지급 순서도 사업비부터 상환이 완료된 이후 공사비를 늦게 받는 '사업비→공사비' 조건을 제시했다.
롯데건설이 한남2구역에 제안한 르엘 팔라티노. 사진=롯데건설
앞서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체 책임 조달 △조합원 이주비 LTV 150% △최저 이주비 가구당 10억 △이주비 상환 1년 유예 등 조건을 내놨다.

대우건설은 사업비 전체를 책임 조달하고 조합원들에게 담보인정비율(LTV) 150%의 이주비 대출을 지원한다. 담보대출 한도인 LTV 40%에 추가로 110%를 대우건설의 연대보증으로 대출해준다. 지분 평가액이 낮아 대출이 10억원에 못 미치는 조합원에게도 10억원을 대출해줄 방침이다. 이 밖에도 대우건설은 △입주 2년 후 분담금 납부 △일반분양 시점에 따른 환급금 조기 지급 등의 조건도 내놨다.

한남2구역 조합 관계자는 "양사가 정비사업에서 전례 없던 우수한 조건을 제시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르엘' vs '써밋'…누가 이길까

설계 측면에서도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은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다.

롯데건설은 한남2구역을 '르엘 팔라티노(PALATINO)'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외관 설계는 힐튼, 메리어트 등 글로벌 호텔을 전문 설계한 그룹 'HBA', 시그니엘 서울 레지던스 등 인테리어를 설계한 건축가 '최시영' 등 월드클래스 거장들과 협업한 명품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커튼월룩, 금속 루버, 거대한 지붕 구조물부터 다채로운 경관 조명, 미디어아트 등이 어우러진 입체적 입면 디자인과 고급 마감을 계획했다.

'나인원 한남' 커뮤니티 면적대비 2.6배, 한남3구역 커뮤니티 가구당 면적대비 2.5배에 달하는 약 4000평 규모 호텔식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사생활 보호를 위한 가구 동체 감지기, 가구비상콜, 긴급 출동 등 보안 시스템도 적용한다. 지하 주차 공간에는 호텔처럼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하이엔드 드랍오프존을 설치하고, 3블록에는 가구별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독 엘리베이터 홀을 설치하는 등 호텔식 보안시스템도 적용한다.
한남써밋 투시도. 사진=대우건설
대우건설은 '118프로젝트'를 별도로 제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존 조합 원안 설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한남2구역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기존 원안 설계의 ㄷ, ㄹ, ㅁ형 주동 배치를 전면 수정해 건폐율은 32%에서 23%로 낮췄다. ‘2040 서울 도시기본계획’을 근거로 최고 층수 14층인 원안 설계 대비 7개 층을 더 올려 21층으로 다시 설계했다.

7단으로 나뉘어 있던 지형을 평탄화해 3단으로 통합해 3600평 규모 중앙광장을 조성하고 단지 내 다양한 테마가든을 연계할 예정이다. 전 가구를 남향으로 배치, 최소 4베이 이상을 적용해 맞통풍이 가능하게 했고, 전용 84㎡ 이상 가구엔 가구당 1대의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를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설계도 함께 제안했다.

한편 한남2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원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 아파트와 부대 복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짓는 재개발 사업이다. 3.3㎡당 공사비는 770만원, 총공사비는 7900억원 선이다.조합은 오는 29일 1차 합동 설명회를 갖고, 내달 5일 2차 합동 설명회 및 시공사 선정총회를 연다. 준공 및 입주는 2027년 말에서 2028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