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만든 이준익 감독 드라마 첫 도전…"인간의 삶·죽음·행복을 묻는 SF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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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티빙서 '욘더' 14일 공개이준익 영화감독의 작품 대부분은 사극이다. 역대 사극 영화 순위 3위에 빛나는 ‘왕의 남자’(2005)부터 ‘사도’(2014), ‘자산어보’(2021)’에 이르기까지 그는 유달리 사극을 선호했다. 이 감독은 이번에 대변신을 시도했다. 데뷔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드라마를 선보인 것도 모자라 장르마저 미래를 다루는 과학공상(SF)물이다. 한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오는 14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다.
욘더는 모두 6회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3회분이 지난 6일 부산 소향씨어터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시사회에서 먼저 공개됐다. 이 감독은 SF물을 만들고 싶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드라마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했다.“7~8년 전에 소설 <굿바이, 욘더>를 보고 영화로 만들려고 시나리오를 쓰다가 실패했어요. SF물을 하기에 준비가 덜 됐다고 생각해 접었죠. 자산어보까지 찍다 보니 조금 멀리 미래로 가봐야겠다 싶어서 욘더 작업에 들어갔어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영화 개봉이 힘들어져 OTT로 드라마를 내게 됐습니다.”
드라마는 사망한 아내(한지민 분)에게서 의문의 메시지를 받은 재현(신하균 분)이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며 시작된다. 욘더는 죽은 자들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다. 세상을 떠난 아내는 욘더에 머물며 남편을 불러들인다. 기묘한 세계와 마주한 재현은 큰 혼란에 빠진다.
생소하고 낯선 이야기지만 드라마는 이 감독의 전작들과 꽤 닮았다. 이 감독은 전작에서 사건 자체보다 인간 군상에 집중했다. 다양한 사람의 모습에 인생의 의미를 물었다. 이번 작품은 SF라는 새로운 틀 안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행복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내줘야 할지, 인간의 기억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과학 기술은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등을 깊숙하게 파고든다. 이 감독은 말한다. “사극도 어떤 측면에선 SF와 비슷해요. 사극도, SF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니까요. 사극을 만들 때처럼 SF를 통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생과 사의 의미 그리고 가치관에 질문해보자는 취지로 만들었어요.”SF물이지만 시간적 배경을 아주 먼 미래로 잡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다. 원작 소설은 204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선 2032년에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제가 인위적으로 시기를 앞당겼어요. 너무 먼 미래라고 하면 뭔가 (비행물체 등이) 날아다녀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시각적인 요소들로 인해 관객이 캐릭터에 가까이 다가가는 걸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10년 뒤로 잡았죠. 대신 어쨌든 미래니까 가상현실(VR) 기술, 두뇌 관련 기기 등이 발달할 것으로 보고 작품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욘더는 티빙과 글로벌 콘텐츠 기업 파라마운트가 공동 투자했다. 티빙뿐 아니라 파라마운트플러스에서도 공개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