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력시위 이어 한미에 정세책임 돌려…ICBM·핵실험 명분?

"항모 재진입 연합연습 우려스런 사태", "미사일 발사 美위협 따른 자위조치" 주장
무력시위 숨고르기·연합훈련 좌시 않겠단 의지…9·19합의 파기 등 수위 높일수도
최근 잇단 무력도발에 나선 북한이 8일에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 책임을 한미에 돌리면서 담화를 연달아 발표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잇단 무력 시위에 나섰던 북한이 당분간 릴레이 '말폭탄' 담화로 숨 고르기를 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핵실험 등 전략 도발을 위한 명분을 쌓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이날 국방성 대변인 기자 문답과 국가항공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재진입과 연합훈련, 미국의 군사적 위협 등을 정세 악화 책임으로 돌려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먼저 북한 국가항공총국 대변인이 포문을 열었다.국가기구로 추정되는 이 기구는 근래 처음 등장했다.

과거 '조선민용항공총국'이 명칭을 바꿔 확대 개편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항공총국 대변인은 이날 오전 6시 13분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우리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반세기 이상 지속되여오는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들로부터 나라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한 정상적이고 계획적인 자위적 조치"라고 밝혔다.최근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가 미국의 직접적인 군사 위협에 따른 자위적 조치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 한미일 연합연습은 방어적인 대비태세 확립 차원이라는 한미 군 당국의 설명과 다른 주장이다.

아울러 대변인은 최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 것을 두고는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이어 남한의 국방부 격인 국방성이 국가항공총국 대변인 담화가 나온 지 불과 4시간여만인 이날 오전 10시 34분 유사한 입장을 내놨다.

한미가 현재 동해에서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천t급)가 참가하는 해상 연합기동훈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었다.

국방성 대변인은 레이건호 동해 재진입이 "미국과 남조선의 극히 도발적이고 위협적인 합동군사연습에 우리 군대가 보인 정당한 반응을 보인데 대하여 소위 경고를 보내려는 군사적 허세"라는 주장을 펼쳤다.

여기서 '정당한 반응'이란 언급은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와 황해도 곡산에서 황주 일대로의 전투기와 폭격기 등 12대 편대군 시위 비행과 공대지사격 훈련 등을 뜻한다.

최근 일련의 무력 시위가 항모 출동과 연합훈련을 겨냥했음을 실토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중앙통신 기자와 '질의응답' 형식을 취한 것은 일종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대변인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장력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 사태 발전에 대하여 엄중히 보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추가 무력 시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진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날 릴레이 담화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한반도 정세 안정의 위협 요인이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는 주장이 담겼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의 전략자산인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은 지난달 23일 부산으로 입항해 26∼29일 한미 연합해상훈련, 30일 한미일 대잠수함전 훈련을 했는데, 이 기간 북한의 도발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지난달 25일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1발, 28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 29일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2발, 지난 1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2발씩 각각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난 4일에는 일본 상공을 넘어 4천500㎞를 날아가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쐈으며, 6일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종을 섞어 쐈다.

특히 군용기 편대군 시위비행과 공대지 사격훈련이란 새로운 카드까지 꺼냈는데, 북한군은 최근 1년 이상 이런 형태의 편대군 비행을 벌인 적이 없었다.
이에 양 총장은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며 점점 도발의 강도를 높일 것"이라며 "조만간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를 시작으로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선 북한의 이날 담화가 '행동'으로서의 무력 시위를 멈추기 위한 숨 고르기 즉 일종의 출구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에 "북한으로서도 계속 '팃 포 탯'(tit for tat·맞받아치기)으로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출구 찾아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8일째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가장 긴 잠행 기간이다.

김 위원장이 재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사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노동당 창건 77주년(10·10)이다.

정보당국은 현재로선 북한이 열병식 등을 준비하는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다만 작년처럼 국방발전전람회를 열어 최신 무기를 과시하고 김 위원장은 연설을 통해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한 메시지를 직접 발신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