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지, 美반도체 수출통제에 "자유무역에 대한 야만적 공격"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고 특정 반도체 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자유무역에 대한 야만적인 공격"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는 9일 사설에서 "미국이 내놓은 수출 통제 조치는 비(非)미국 기업으로 제한범위를 대폭 확대해 중국과 정상적인 무역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일부 서방 매체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정책의 가장 큰 변화'라거나 '바이든 행정부의 가장 급진적인 조치'라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 과학기술 패권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폭로"라거나 "국제 무역규칙에 대한 가장 야만적인 위반"이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미국은 그러한 힘을 갖고 있지 않으며 일방적인 행정명령으로 기업의 행위를 불법으로 간섭하려 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위협은 시장의 힘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게 증명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소비시장으로 중국 시장과의 단절은 '상업적 자살'(商業自殺)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를 폈다. 신문은 "오만하고 무지한 사람만이 미국의 부당한 수단이 중국의 반도체와 과학기술 산업 발전을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미국의 과학기술 패권주의는 중국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중국의 과학기술 자립 의지와 능력을 증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기업이 수동적으로 양보한 시장은 반드시 다른 나라 기업이 선점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이성을 잃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앞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해 "이런 수법은 공평한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해칠 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권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반도체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또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