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진동' 축사 밀집 익산 왕궁, 친환경 명소로 탈바꿈한다

익산시, 영국 '에덴 프로젝트' 접목 179만㎡ 생태 명소로 조성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한 국민이라면 차 유리창을 뚫고 스멀스멀 들어오는 악취로 전북 익산∼전주 구간을 지나고 있음을 자연스럽게 실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만금 지구 상류로 한때 수질오염의 주범이자 악취의 근원지였던 익산시 왕궁면 축산단지에서 풍기는 가축 분뇨 냄새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환경부와 익산시가 왕궁 축산단지의 악취와 수질오염을 잡기 위해 휴·폐업한 축사는 물론 현업 축사 매입을 2010년부터 지속해서 추진한 덕분이다. 현재 익산천의 총인(T-P)은 2010년보다 98% 개선됐고, 악취도 87% 줄어들었다.

총 2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은 내년에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익산시는 내년부터 이곳의 축사 매입으로 확보한 부지 등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하는 '뉴-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고령토 폐광산에 세계 최대의 온실을 지어 관광지로 변모한 영국 콘월주의 '에덴 프로젝트'를 축산분뇨로 토양 환경이 훼손된 왕궁에 접목하려는 시도다.

매년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는 지난해 영국 왕실이 G7 정상회의 첫날 환영 만찬을 주최할 정도로 명소로 변모했다.

.익산시가 구상하는 '뉴-에덴 프로젝트'는 왕궁축산단지와 그 주변의 국유지 및 사유지를 포함한 179만㎡에 식생을 복원하고 생태학습장과 자연 놀이시설, 탐방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는 이 사업을 통해 새만금호 생태계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애초 왕궁 축산단지는 정부가 한센인을 집단 관리하려고 1948년 조성한 곳으로 한때 이 정착촌(170만㎡)은 국내 90여 개 한센인 정착촌 중 가장 규모가 커 국내 최대였다.

이들은 집단농장에서 돼지와 닭, 한우 등 수십만 마리의 가축을 키우며 생계를 잇고 있으나 낡고 밀집된 축사와 주택이 인접해 극도로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살았다.

또 한때 이곳에서 배출되는 오·폐수 1천t가량이 매달 새만금 상류인 만경강으로 흘러 수질과 악취의 주범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3천여 명에 달할 정도로 북적거렸지만, 한센인 1세대가 죽고 2, 3세대가 정착촌 밖으로 나가면서 주민도 줄고 폐가도 늘면서 정부와 익산시의 축사 매입이 10여 년간 진행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최근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와 협의한 결과 생태 복원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면서 "왕궁특수 지역이 혐오·기피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백제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쾌적한 생태 마을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생태복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