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권 바뀌자 '비대면 진료' 규제로 돌아선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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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서 25살 스타트업 대표 맹공“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에 의해 (도입된) 비대면 진료가 의료 생태계를 왜곡시키고 있다.”
작년엔 "눈치 보지말고 육성해야"
설지연 정치부 기자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인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를 연단에 세운 뒤 거칠게 몰아세웠다. 한 지방 의원이 여드름 치료제 3억원가량을 부당청구한 일탈 행위를 제시하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해당 의원과 닥터나우 모두를 고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강선우 의원도 닥터나우의 전문의약품 광고 사례, 제휴 약국 비공개 등 가이드라인 위반사항 등을 거론하며 공세에 가담했다. 장 대표를 향해선 “닥터나우가 (약사법을 위반하고) 약국 면허 소지자를 내세워 배달 약국을 세운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장 대표는 1년 전 작년 복지위 국감장에도 있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입장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지난해 국감에선 비대면 진료의 긍정적인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의사 출신인 신 의원은 “의대생이자 청년이 개발한 기업인 닥터나우를 복지부가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장 대표를 향해선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민간이 메우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그랬던 민주당 의원들이 지금은 앞다퉈 장 대표와 복지부 공무원들에게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을 해소할 대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결국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부작용과 플랫폼 업체들의 불법 행위를 신속하게 잡아내겠다”고 답변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법을 위반했다면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명확한 법과 제도가 없는 맨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섬세하고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대면 진료 합법화에 적극 앞장섰던 민주당 의원들이 불과 1년 만에 입장을 ‘싹’ 바꿔 25세 청년 스타트업 대표(장지호)를 몰아세우는 모습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날 국감 현장에 함께 있던 같은 당 강훈식 의원의 발언은 곱씹어볼 만하다. 강 의원은 “스타트업은 기존 틀을 깨는 것이기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타다 금지법’처럼 ‘교각살우’ 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혹여나 기득권 보호막 역할만 자처하는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강 의원의 지적은 정부뿐 아니라 여야 정치권이 함께 유념해야 할 대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