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은 농약천지라고?…1급수 생물들에겐 천국!

현장에서

국감서 "금지된 살균제 사용" 주장
국내선 맹독성 제품 유통 안돼
"송사리·수달 살 수 있을만큼 무해"

조수영 문화부 기자
골프장에 가면 풀밭에서 뛰어노는 고라니를 쉽게 볼 수 있다. 1급수에 사는 송사리, 민물 가재와 수달을 비롯해 딱따구리, 뻐꾸기 등이 사는 골프장도 적지 않다. 골프가 한국에서 빠르게 확산한 이유 중 하나가 삭막한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쉬운 방법이어서다.

그런데도 골프장에는 ‘환경 파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해외에서 금지된 농약을 사용하는 등 골프장의 환경 파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 전국 541개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은 전년보다 8.6% 늘어난 202.1t”이라며 “DDT(살충제)와 같은 유기염소제 계열에 속하는 맹독성 살균제인 클로로타로닐을 가장 많이 썼다”고 밝혔다.이를 두고 골프업계는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가장 큰 오류로 골프장에서 살균제로 많이 쓰는 클로로타로닐을 맹독성 농약으로 분류한 점을 지적한다. 한국잔디연구소에 따르면 농약은 급성 독성 정도에 따라 맹독성, 고독성, 보통 독성, 저독성 4단계로 나뉜다. 클로로타로닐은 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저독성에 속하는 살균제다.

해외에서 금지된 농약이라는 점도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한국잔디연구소 관계자는 “1990년대 발암성에 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재검토를 거쳐 1999년 4월 사람이나 동물, 환경에 위협을 줄 근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내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지만, 국내에서 2000년대부터 잔디용으로 등록됐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특별한 제재 없이 사용하고 있다.

DDT와 같은 유기염소제 계열이라 위험하다는 주장에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DDT가 금지된 가장 큰 이유는 최고 15년에 이르는 긴 반감기 때문이다. 하지만 클로로타로닐 토양의 반감기는 최대 3.5일을 넘지 않는다. 클로로타로닐 분해대사물의 반감기가 10~22일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반감기는 30일 이하 수준이다.
2020년 농약 사용량이 증가했다는 통계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게 골프업계의 주장이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2020년이면 코로나19 특수로 골프 호황이 시작된 때”라며 “이용자와 골프장 운영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잔디를 관리하는 농약 사용량이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정감사 기간에는 온갖 자극적인 자료가 쏟아져 나온다. 의원들로서는 국정감사가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여서다. 그래도 사실을 왜곡해 업계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