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끄는 외국인 북적…비즈니스호텔이 살아난다

'잃어버린 3년'서 회복중
코로나로 2년간 37곳 감소
强달러에 미국인 관광객 늘어
코로나19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비즈니스호텔이 엔데믹과 고환율에 따른 ‘외국인의 귀환’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온종일 비가 내린 9일 서울 명동 거리를 우산 쓴 외국인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하나금융그룹 서울 명동 사옥 근처에 있는 스카이파크호텔 센트럴명동점. 이곳 로비는 요즘 오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맡긴 캐리어로 가득하다.

주로 체크인(오후 3시) 시간 전에 호텔에 도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찌감치 명동 일대를 둘러보기 위해 나가면서 맡겨둔 짐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고환율이 겹치면서 하반기 들어 외국인 투숙객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게 이 호텔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즈니스호텔도 회복세

코로나19 창궐 후 2년여간 이어진 ‘호캉스(호텔+바캉스)’ 열풍은 주로 5성급 호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호캉스족이 해외여행에 나가지 못해 쌓인 여윳돈을 국내 최고급 호텔 투숙에 쏟아부은 것이다.

반면 3~4성급 비즈니스호텔은 출장 혹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여행’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동안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랬던 비즈니스호텔들이 요즘 ‘외국인들의 귀환’에 힘입어 빠르게 부활하는 추세다.

9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는 9월 한 달간 판매된 객실 수가 전년 동월 대비 약 20% 늘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조선’ 역시 같은 기간 판매 객실 수가 4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여기에는 하반기 들어 가속화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많이 증가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 방문객은 하루 평균 7520명으로 올해 1월(333명)보다 22.5배 급증했다.

외국인 관광객 중에는 ‘강달러’로 여행 주머니가 두둑해진 미국인 관광객 비중이 29%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그 결과 롯데호텔의 비즈니스 브랜드 ‘L7’ 명동점의 지난달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60%에 달했다. 1년 전 이 비율은 10% 미만에 머물렀다.

영업 재개 움직임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비즈니스호텔들은 5성급 이상 호텔에 비해 더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5성급 호텔이 2019년 말 64개에서 2021년 말 61개로 3개(4.6%) 줄어든 데 비해 3~4성급 호텔은 345개에서 308개로 37개(10.7%) 감소했다.

긴 어둠 끝에 서광이 비치자 영업을 중단한 호텔 중 운영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곳도 나타났다. 지난 1월 23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한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 수원 인계점은 내년 3월부터 다시 예약을 받기 위해 전산·객실 시스템 등을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호텔은 삼성전자 등 수원지역 출장 손님과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곳으로, 글로벌 호텔 체인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의 3성급 비즈니스호텔이다.

호텔업계는 5성급 이상 최고급 호텔에 이어 비즈니스호텔까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빠르게 정상화하는 해외여행이 이 같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급 호텔에 영향 미칠까

업계에선 비싼 객실료에도 불구하고 만실 행진을 이어가던 제주도 등의 최고급 호텔이 먼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근 수년간 도내에 객실 공급이 잇따른 만큼 과열 양상을 보이던 수요가 진정되면 객실료가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2017년 문을 연 서귀포 제주신화월드는 2062개 객실, 2020년 문을 연 제주시 제주드림타워는 1600개 객실을 운영한다. 두 곳 모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대규모로 지어진 호텔들이다. 2020년 이후 중국인의 입국이 꽉 막히자 다른 5성급 호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객실을 제공해왔다.

한 고급호텔 관계자는 “8~9월 국내 여행 성수기가 지나고 이달 들어서는 5성급 호텔 이용객이 다소 줄어들었다”며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인 일본의 무비자 개인 입국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여행 수요가 옮겨갈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중국인들이 되돌아오지 않으면 고급 호텔들이 언제든 다시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