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임금 확 줄었다"…베트남 근로자도 일본 외면

밑바닥서 터진 '엔저 후폭풍'

2년간 엔화가치 20% 넘게 하락
베트남 임금은 10~20% 올라
근로자 부족…건설현장 비상

엔저(低)로 인해 달러 기준 일본의 임금이 10년간 40% 감소하자 베트남 등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일본 지요다구의 비영리법인(NPO) MP연구회는 베트남 현지 명문대와 함께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베트남인을 대상으로 건설 기술자 육성 강좌를 운영한다. 2019년 이 강좌 수강생 모집에는 50명 정원에 5배가 넘는 베트남인들이 응모했다. 하지만 올 가을학기에는 신청자가 정원에 미달할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보도했다. 엔화 가치 하락과 일본 경제 정체로 일본과 베트남의 급여 차이가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동안 베트남 동 대비 엔화 가치는 20% 이상 하락했다. 일본의 외국인 건설기술자 임금이 지난 수년간 월 20만엔(약 196만원)에 머무른 사이 베트남의 임금 수준은 10~20% 높아졌다. 숙련 건설 노동자의 월급은 2500만동(엔화 환산 시 약 15만엔)까지 상승했다. MP연구회는 “임금 격차 축소로 일본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로 환산한 일본의 2020~2021년 평균 임금은 2012년에 비해 40% 줄었다. 일본 내 건설 기술자와 간병 인력의 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동남아시아 주요 도시의 임금 수준은 50~70까지 올랐다. 필리핀 노동자를 해외에 파견하는 단체인 APLATIP는 “엔저로 인해 일본보다 임금이 높고 영어가 통하는 호주로 인재가 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산업 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2021년 기준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172만 명으로 전체 노동력 인구의 2.5%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2.5배 늘었다. 베트남인이 가장 많고 중국, 필리핀이 뒤를 이었다. 건설현장의 경우 철근공의 20%가 외국인이다. 이와타 쇼고 전국철근공사업협회 회장은 “임금 수준이 개선되지 않으면 건설현장이 멈출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제협력기구(JICA)는 일본 정부가 성장 목표를 달성하려면 2040년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지금보다 500만 명 더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