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한국서 정년 맞이한 외국인 1호 트랙라이더 웰링턴씨

2010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입사…"든든한 동료 덕에 행복"
"몸짓, 발짓으로 소통하며 열심히 일했습니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해 근무하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
한국 경마 사상 외국인 1호 트랙라이더(훈련 전문 말관리사)인 응고지 더즐링 웰링턴(60)씨는 지난달 30일 정년 퇴임을 맞이해 10일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트랙라이더는 경주마 훈련을 전문으로 하며 말의 기본적인 건강 관리와 응급 처치를 담당한다. 2010년 8월부터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해 온 그는 이제 정년퇴직을 한 최초의 외국인 트랙라이더가 됐다.

그는 "경주마들이 훈련에 잘 적응한 덕에 한국에서 트랙라이더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고국으로 돌아가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출신인 웰링턴 씨는 어린 시절부터 말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트랙라이더 생활을 하게 됐다고 한다. 고국에서 트랙라이더로 일하다가 당시 외국인 트랙라이더를 모집하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 지원했고 최종 선발됐다.

그렇게 웰링턴 씨는 49살 늦은 나이에 낯선 한국 땅을 밟았다.

10여년 동안 근무하면서 웰링턴 씨가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일까. 그는 자신이 훈련한 말이 경주에서 우승했을 때라고 대답했다.

그가 훈련한 경주마 '라이언산타', '벌마의꿈', '위너스타' 등은 10여 차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물론 낯선 타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힘든 적도 많았다.

특히 고국에 있는 5명의 자녀를 떠올릴 때면 가족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강하게 밀려왔다.

그는 "고향에 딸 3명과 아들 2명이 있다"며 "워낙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만나기 어려워 항상 그리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동료들 덕분이다.

동료들 역시 웰링턴 씨를 항상 긍정적이며 착실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마주(말의 주인)가 웰링턴 씨의 노고를 기념해 새로운 경주마의 이름을 '미스터 웰링턴'으로 지었을 정도다.

백광열 조교사는 "사실 떠난다고 생각하니 정년 퇴임을 축하하는 마음보다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며 오랫동안 함께 했기 때문에 정이 많이 들었다"며 마음을 전했다.

7일 고향으로 출국한 웰링턴 씨는 앞으로도 고국에서 트랙라이더로서 일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 열심히 일한 덕분에 남아공에 있는 가족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물도 샀다"며 "고국에 돌아가더라도 트랙라이더로서의 삶은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