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정의선, 내실·비전 잡았지만 IRA는 넘어야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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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실적으로 '톱3' 견인…미래 모빌리티 전략 제시
순환출자구조 해소 과제…노조와 상생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코로나 확산기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위기 속에 최대 실적을 이끌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자동차 그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성차 제조기업에서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그룹의 지향점을 바꿨다.
이렇듯 내실을 다지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에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만만찮은 상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지배구조 개편이 당장 맞닥뜨린 과제다. ◇ 12년간 제자리서 2년만에 두 계단 점프
정 회장 체제 성과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순위와 실적에서 나타난다.
10일 각 기업 IR자료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6월 글로벌 판매량 329만9천대로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천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천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0년 이후 12년간 5위에 머물렀던 그룹 순위가 2년 만에 2단계 뛰어오른 셈이다.
분기마다 최대치를 경신 중인 실적도 성과를 뒷받침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매출 106조5천억원, 영업이익 8조7천억원, 순이익 7조8천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 흐름이면 올해 연간 매출액 200조원, 영업익 17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정 회장 취임 당시 2020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 23%, 영업익은 280%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선전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경쟁업체 생산 차질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정의선 효과'가 컸다는 평가도 있다.
정 회장이 그룹에 합류하며 첫 지휘를 맡은 기아와 브랜드 출범을 주도한 제네시스가 판매량·수익성에서 큰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빠른 상황에서 정 회장의 '퍼스트무버'(선도자) 전략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끌어올린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기아가 본격 추진한 '믹스'(차종별 구성비율) 개선과 '제값 받기' 정책도 주효했다.
차량용 반도체 난으로 생산량이 줄자 제네시스·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생산·판매를 집중했고,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줄이며 판매가를 정상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선전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단행된 투자와 대외환경 변화에 힘입은 면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부터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경영전략이 이제 빛을 보게 됐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기업 거듭나기
정 회장은 자동차에 국한됐던 사업영역을 로보틱스와 A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 결과 기계산업의 상징과 같았던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이름 아래 혁신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전동화다.
정 회장은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E-GMP가 첫 탑재된 아이오닉5와 EV6는 각 지역 '올해의 차'를 차례로 석권하며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든다고 조롱받은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선도기업으로 각인시켰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울산과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완공해 전동화 전략을 가속할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AAM,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선제 투자도 가속하고 있다.
미국 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정 회장 사재 2천490억원을 포함한 1조원을 쏟아부어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최근 KT와 7천500억원 상당 주식 맞교환을 하며 6세대 이동통신(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AAM 분야 협력방침도 발표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4월 정 회장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가 중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고 이동 영역을 진화시켰다는 이유다. ◇ 전기차 보조금 차별 대응전략 부심
정 회장에게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
당장 미국 IRA 시행으로 빨간불이 켜진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이 법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당분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퍼스트 무버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2025년에야 가동되는 스케줄이다.
정 회장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도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유일한 그룹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모비스가 제조(생산) 부문을 분리한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밑그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노조와의 상생도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완전히 마무리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순환출자구조 해소 과제…노조와 상생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코로나 확산기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위기 속에 최대 실적을 이끌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자동차 그룹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성차 제조기업에서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그룹의 지향점을 바꿨다.
이렇듯 내실을 다지고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에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만만찮은 상황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과 지배구조 개편이 당장 맞닥뜨린 과제다. ◇ 12년간 제자리서 2년만에 두 계단 점프
정 회장 체제 성과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순위와 실적에서 나타난다.
10일 각 기업 IR자료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1∼6월 글로벌 판매량 329만9천대로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천대)과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천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10년 이후 12년간 5위에 머물렀던 그룹 순위가 2년 만에 2단계 뛰어오른 셈이다.
분기마다 최대치를 경신 중인 실적도 성과를 뒷받침한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기아는 상반기 매출 106조5천억원, 영업이익 8조7천억원, 순이익 7조8천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 흐름이면 올해 연간 매출액 200조원, 영업익 17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정 회장 취임 당시 2020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 23%, 영업익은 280%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선전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경쟁업체 생산 차질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정의선 효과'가 컸다는 평가도 있다.
정 회장이 그룹에 합류하며 첫 지휘를 맡은 기아와 브랜드 출범을 주도한 제네시스가 판매량·수익성에서 큰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빠른 상황에서 정 회장의 '퍼스트무버'(선도자) 전략이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끌어올린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기아가 본격 추진한 '믹스'(차종별 구성비율) 개선과 '제값 받기' 정책도 주효했다.
차량용 반도체 난으로 생산량이 줄자 제네시스·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생산·판매를 집중했고,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줄이며 판매가를 정상화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선전은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부터 단행된 투자와 대외환경 변화에 힘입은 면이 없지 않다"며 "하지만 정 회장이 부회장 시절부터 집중적으로 추진했던 경영전략이 이제 빛을 보게 됐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기업 거듭나기
정 회장은 자동차에 국한됐던 사업영역을 로보틱스와 A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로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 결과 기계산업의 상징과 같았던 현대차그룹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이름 아래 혁신기업으로 거듭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대표적인 것이 전동화다.
정 회장은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E-GMP가 첫 탑재된 아이오닉5와 EV6는 각 지역 '올해의 차'를 차례로 석권하며 한때 '바퀴 달린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든다고 조롱받은 현대차그룹을 전기차 선도기업으로 각인시켰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울산과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완공해 전동화 전략을 가속할 계획이다. 자율주행과 AAM,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에 대한 선제 투자도 가속하고 있다.
미국 내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과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정 회장 사재 2천490억원을 포함한 1조원을 쏟아부어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최근 KT와 7천500억원 상당 주식 맞교환을 하며 6세대 이동통신(6G) 자율주행 기술, 위성통신 기반 AAM 분야 협력방침도 발표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4월 정 회장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가 중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고 이동 영역을 진화시켰다는 이유다. ◇ 전기차 보조금 차별 대응전략 부심
정 회장에게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더 많다.
당장 미국 IRA 시행으로 빨간불이 켜진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이 법으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당분간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퍼스트 무버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2025년에야 가동되는 스케줄이다.
정 회장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도 과제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그룹 중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유일한 그룹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모비스가 제조(생산) 부문을 분리한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밑그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노조와의 상생도 정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현대차 노사가 4년 연속 파업 없이 임금협상을 완전히 마무리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