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권익위는 특별감사했으면서…감사원, 근태 자료 제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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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민주당 박주민 의원감사원이 고위 간부들의 복무 현황 등에 관한 국회의 근태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등의 복무 실태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표적 감사’를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현황에 대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는 반응이 나왔다.
감사원에 간부 근태 자료 요구
감사원 “복무관리 철저히 한다”며
'감사업무 수행 지장' 이유로 거부
권익위에 대해선 두 달간 특별감사
“내로남불 아니냐” 비판도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원장 및 사무총장, 국장급 이상 간부의 복무 현황 등에 대한 법사위의 자료 요구에 “공정한 감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앞서 박 의원은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국장급 이상 간부, 비서실 직원 등의 복무 현황 및 출장여비 지출 증빙, 공용차량 운행일지 및 하이패스 사용내역, 운전 수행원 인사기록카드, 관사 현황 및 관리비 납부 내역 등 자료를 법사위 의결을 거쳐 지난달 요구했다.
감사원은 답변에서 “감사원장 등 감사원 정무직 공무원은 출퇴근 시간을 엄수하고, 근태상황도 잘 관리하고 있는 등 복무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권익위에 대한 ‘공직자 복무관리실태 등 점검’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듯 복무 관련 자료를 요청받아 제출하는 것은 공정한 감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전현희 위원장에 대한 조사에 대해선 “단순한 근태 문제가 아니라 기관장으로서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여러 비위에 대해 최고위층의 내부 제보가 있어 열흘간의 준비를 거쳐 감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다.
감사원은 8월 초부터 3주간 권익위를 대상으로 복무실태 점검을 위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권익위 감사는 2주씩 두 차례 추가 연장된 끝에 지난달 29일 종료됐다. 감사원은 전 위원장에 대해선 출퇴근 시간과 열차 예매 기록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사퇴를 거부하고 내년 6월까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야권에서는 감사원이 권익위 등 타 기관에 대해서는 복무실태 점검을 벌이면서 정작 자신들의 복무실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앞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권익위 특별감사를 주도하고 있는 유병호 사무총장에 대해 “감사연구원장 재직 시절 지각이나 조기퇴근을 하거나, 술을 마시고 아예 출근을 안 한 적도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주민 의원은 “감사원은 자료 제출 요구가 '감사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하는데 이런 태도가 국회의 국정감사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감사원을 유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국회에 자료제출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국회법 등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