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달러 환율 1%p 오르면 원·달러 환율 0.44%p 오른다"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사진=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가운데 위안·달러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원·달러 환율은 0.44%포인트 상승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 위안화 가치 하락이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가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현상이 심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0일 이런 내용의 '최근 외환시장 불안정성 점검과 시사점-경제 심리 악화 및 위안화 약세도 환율 급등의 주요 요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상관관계는 최근 0.96까지 상승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원화와 위안화의 환율 흐름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0.6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분석 결과 위안·달러 환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0.44%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3%다. 위안·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7.23위안을 기록하면서 14년 만에 7.2위안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같은 날 1439원90전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한국과 중국 간 경제가 상호 긴밀하게 얽혀 있어 원화와 위안화 간 동조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위안화 평가 절하 압력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시장참가자들의 경제 심리 악화가 원화 가치를 내리는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뉴스심리지수(경제 분야 뉴스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90 수준으로 하락해 기준치(100)를 밑돌자, 지난달 22일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다.보고서는 뉴스심리지수가 1%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0.03%포인트 유의미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가 원화 절하(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걸 시사한다.
여기에 최근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확대되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악화한 점도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0.75%포인트까지 벌어졌고,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달러(약 4조3036억원) 적자로, 8월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최근 원화 환율 변동성 확대는 한·미 간 금리 격차, 위안화 약세,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경상수지와 같은 대외거래 수지의 악화 등에 의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외환시장 안정화는 물론 대외 경쟁력 제고, 국내 경제 펀더멘탈 유지 등과 같은 다양하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