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중국에는 私기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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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우 베이징 특파원중국에는 사기업(私企業)이라는 말이 없다. 최대 검색 엔진인 바이두에 ‘사기업’을 쳐보면 ‘사영기업’을 검색한 결과가 나온다. 사영은 개인이 경영한다는 의미다. 개인이 소유하는 기업이라는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 ‘국유기업’을 검색하면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경영하는 기업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중국은 대중에게 공개하는 정보를 강하게 통제하는 나라다. 이런 검색 결과를 통해 사기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시각을 읽을 수 있다.
'경제적 자유'의 허상
중국에선 노점상부터 대기업까지, 온갖 사기업이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산당과 정부는 기업의 사유화를 여전히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곧 열릴 시진핑 집권 3기에선 사기업의 입지가 더 좁아질 전망이다.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내세운 이후 40여 년 동안 중국은 ‘정치는 1당 독재, 경제는 자본주의’라는 노선을 걸어왔다. 이런 체제는 필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건인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시장경제는 각 주체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중국에선 정치적 자유는 제한되지만 경제적 자유는 보장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을 공개 비판했다가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보면 자유를 정치와 경제로 구분하긴 어렵다. 기업이 커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커질수록 당국의 통제도 강해진다. 그나마 있다는 경제적 자유마저 사라지는 것이다.중국의 사기업이 이런 모순을 안고서도 성장해온 것을 전통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중국은 이를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 사회주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손정의·버핏이 떠난 이유
차라리 중국 민간 기업의 성장은 중국 지도부의 방임 덕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중국 독점규제당국은 수십 년 동안 자국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외국 기업의 시장 독점에만 칼을 들이댔을 뿐이다. 오히려 자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가 미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이유로 명백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눈감아주기도 했다.곧 출범할 시진핑 3기의 경제 기조는 ‘공동부유’로 요약된다.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체제가 강화된다는 의미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이미 2020년 빅테크 압박과 부동산 규제 등으로 본격화됐다. 시 주석 측은 빈부격차를 해소한다는 대의명분으로 반대파를 억눌렀다.
올 들어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 지분을, 워런 버핏은 비야디(BYD) 지분을 처분했다. 10년 넘게 이어온 투자 관계를 정리하고 나선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자금 사정이나 비야디의 성장성 한계 등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이 시진핑 3기가 시작하기 직전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중국은 이전과는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 중국 시장을 보는 투자자들도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