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사 도급 맡겼어도 총괄했다면 산재 책임"

현장 지휘·감독하지 않더라도
일정 조율 등 관여하면 '사업주'
다른 사업자에게 공사를 도급했더라도 진행 과정을 총괄하고 조율하는 지위에 있었다면 산업재해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A씨는 2019년 공장 포장기계 제작·설치와 에어컨 설치 공사를 도급받았다. 이 중 에어컨 설치 공사는 B사에 하도급했고, B사는 공사 일부를 C사에 재도급했다. 그해 11월 에어컨 설치작업 도중 사고가 나 B사와 C사 대표, 직원 등 5명이 숨지거나 크게 다쳤다.

A씨는 추락을 방지할 방호망 설치 등의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선 A씨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예방 책임이 있는 ‘일부 도급 사업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사업을 전부 도급하고 작업에 관여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A씨는 “에어컨사업 전부를 도급했기 때문에 해당 시공에선 근로자를 지휘·감독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역시 A씨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인정했다. A씨가 에어컨 설치 공사 전부를 도급했지만, 기간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전체진행 과정을 총괄한 점이 근거가 됐다.다만 2심은 공사를 도급·재도급받은 두 업체 대표에 대해선 A씨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형량을 금고형의 집행유예로 낮췄다. 두 회사 대표는 직원들과 달리 자신이 스스로 책임지는 위치에 있고 A씨로부터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피고인을 일부 도급 사업주로 판단하고 도급받은 업체 근로자의 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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