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에세이] '취향 세대'를 사로잡는 법
입력
수정
지면A35
사이먼 데일 어도비코리아 사장 simondale@adobe.com밀레니얼, Z세대처럼 출생 연도에 기반한 세대 구분이 보편화한 지 오래다. 하지만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을 연령대라고 하는 하나의 인구통계학 기준으로 묶어 일반화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팬데믹을 겪으며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세계적으로 다양성 존중과 관련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어도비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지역 소비자들은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19%)보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이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62%)과 더 가깝다고 느끼는 경우가 3배 더 많았다.
바야흐로 ‘취향 세대(Generation Know Me)’의 시대다. 취향 세대는 인구통계학적 구분에서 벗어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취향이 ‘나’를 규정한다고 보는 세대를 일컫는다. 이는 곧 취향에 따라 개인의 정의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우리는 소비자의 선호도와 취향이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어도비 조사에 참여한 아태지역 소비자 중 43%는 1년 전과 현재의 자신을 매우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56%는 팬데믹 전후로 자신이 새롭게 변화했다고 말했다.새로운 소비자의 등장은 기업의 개인화 전략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먼저, 개인의 취향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과거의 고객 프로필만으로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달라진 행동 패턴과 요구를 반영해 고객을 재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의 고객 경험은 단지 기업이 고객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만큼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나이키, 코카콜라, BMW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런 변화의 움직임에 빠르게 대응해왔다. 이들 기업은 개인의 성향을 정밀히 파악하고, 온·오프라인 전반에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가장 적합한 경험을 구현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나이키는 모바일 앱을 통해 얻은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한 경험을 실현하며, 취향 세대 소비자의 신뢰와 팬심을 얻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취향 세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나를 알고(Know Me)’, ‘나를 감동시키는(Wow Me)’ 새로운 경험을 끊임없이 좇고 있다. 이들을 진정한 팬으로 만들려면 기업만의 핵심 병기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