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본 윌리엄스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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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150년 전 오늘(10월 12일)은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주의 작곡가 레이프 본 윌리엄스(1872~1958)가 태어난 날이다. 본 윌리엄스는 헝가리의 벨라 버르토크와 졸탄 코다이처럼 ‘행성’ 작곡가로 유명한 구스타프 홀스트와 함께 영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민속음악을 원형 그대로 수집했다. 16세기 영국 르네상스 음악을 발굴하고 재조명하는 데도 관심을 쏟았다. 이런 옛 영국 민요와 합창음악 선율은 ‘종달새의 비상’ ‘푸른 옷소매 주제에 의한 환상곡’ 등 그의 대표작 속에 녹아들었다. ‘바다’ ‘전원’ ‘남극’ 등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교향곡 아홉 편에도 그 바탕에 영국의 정서가 배어 있다.
본 윌리엄스의 출세작인 ‘토머스 탤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1910)도 마찬가지다. 영국 종교음악 대가인 토머스 탤리스(1505~1585)의 옛 찬송가 선율이 흐른다. 약 17분 동안 현악 오케스트라와 소규모 현악 앙상블, 현악 4중주단으로 구성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성부(聲部)가 변화무쌍한 조합으로 주제 선율을 다채롭고 풍성하게 빚어낸다. 전반부 중간에 나오는 현악 4중주가 백미다. 비올라 독주와 바이올린 독주에 이어 각 파트의 선율이 독립적으로 흐르며 조화를 이루는 4중주가 숨 막힐 듯 아름답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