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핵위협 침묵하는 北 추종자"…이재명 "해방 후 친일파 같다"

北 김정은 연일 도발하는데
여·야 '친일·종북' 진흙탕 싸움

성일종 "인공기는 괜찮나" 비판에
李 "시대착오적 종북몰이" 반박

"日 조선왕조와 전쟁 안해"
鄭 발언 새로운 논란 불씨도
野 "뼛속 깊은 친일 세계관"

尹대통령 "핵 위협 앞에
어떤 우려가 정당화 될 수 있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여야가 한·미·일 군사 합동훈련을 두고 때아닌 ‘친일(親日)·종북(從北) 색깔론’ 논쟁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을 비판하는 여권을 겨냥해 “친일파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연일 ‘친일 안보’ 주장을 이어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김정은 왕조의 핵위협에 침묵하는 사람들은 독재자의 추종자들”이라고 맞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핵실험 등 북한의 대규모 도발이 임박한 상황에서 양당이 지지세 결집에만 골몰해 극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친일 안보’ 공세 수위 높인 野

이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긴급 안보대책회의를 열고 “위기를 핑계로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자충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일 합동훈련에 대해 “대한민국이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한다는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며 “일본과의 군사 합동훈련은 북·중·러의 군사적 결속을 자극해 한반도 냉전체제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전날 자신의 ‘욱일기 발언’을 둘러싼 여권의 반발에는 “시대착오적인 종북몰이”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해방 이후에 친일파들이 했던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며 “정치적 곤경에서 벗어나자고 강 대 강 대결을 통해 군사 대결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발언에 앞서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라며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자기들 집권할 때 실컷 욱일기를 단 함정을 한국까지 정박해놓고 이제 와서 이 말을 하는 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 대표가) 한반도에 욱일기가 걸릴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럼 인공기는 걸려도 괜찮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 “북한의 핵 위협 앞에 어떠한 우려가 정당화될 수 있겠나”라며 이 대표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견고한 대응체제를 구축해 대응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축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지층 결집 위해 ‘반일 프레임’”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문제 삼는 데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 관계자는 “대통령 해외 순방 과정에서 ‘비속어 논란’으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무능이 도마에 오른 만큼 여세를 몰아 지지율 반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 인사는 “성남FC와 쌍방울 관련 수사 진척으로 정치 생명에 위협을 받자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가장 손쉬운 방법인 ‘반일 프레임’을 꺼내 든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정 위원장의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두고 여당 내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은 왜 일어났나. 이순신, 안중근, 윤동주는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나”라고 반문한 뒤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박홍근 원내대표가 “조선이 일본군 침략으로 망한 게 아니라며 일제가 조선 침략 명분으로 삼은 전형적 식민사관을 드러냈다”고 쏘아붙였다.정 위원장은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면 안 된다”며 “김정은 왕조의 대한민국 핵위협에 침묵하는 사람들은 인민을 압살하고 있는 독재자의 추종자들”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