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어치 1만2000원에 산다…"편의점 갈 일이 없어요"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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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할인 금액만 659억"
배민, 매달 할인 쿠폰 뿌리는 이유
"이용자 잡아라"…출혈 경쟁 감수하고 프로모션
이용자 많아야 배달 '규모의 경제' 실현 가능
배달 효율성 고려하면 서비스 지역에도 '한계'
"배달 시간 늘리고 배달료 높여야" 지적도
# 대학생 김성호 씨(25)는 요즘 편의점에 가지를 않는다. 대신 배달앱에서 편의점 상품을 배달시킨다. 최근 김씨가 시킨 품목은 커피 3병, 이온음료 2병, 과자 9봉지, 요거트 3통, 젤리 3봉지다. 이 상품들은 모두 '2+1' 이나 '1+1'으로 판매하는 상품들로 기본적으로 30~50% 할인 가격이 적용된 상태다.
김씨가 주문한 금액은 총 2만1000원. 주문금액이 2만원을 넘겼기에 별도의 배달료는 들지 않는다. 여기에 플랫폼이 제공하는 8000원 할인 쿠폰을 적용하면 실제 결제 금액은 봉투값 100원을 더한 1만3100원이 된다.'2+1' '1+1' 할인을 제외하더라도 편의점 점포에서보다 38%를 추가로 할인받은 셈이다. 김씨는 "이런 할인 행사를 각 퀵커머스 플랫폼마다 매달 하고 있다. 한번 살 때 잔뜩 사놓으면 한 달 동안 편의점을 갈 일이 없다"며 "할인율을 생각하면 대형마트보다도 싼 것 같다"고 말했다.
매달 할인 쿠폰 지급하는 우아한형제들, 영업손실 757억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쿠폰을 발행하는 이유는 퀵커머스 사업의 성공 필요조건 중 하나가 '많은 이용자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렇다 할 1위 업체가 없는 국내 퀵커머스 시장에서는 플레이어만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B마트를 선보이고 최근에 '배민스토어'를 통해 편의점 상품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에는 요기요의 ‘요마트’, 쿠팡이츠의 ‘쿠팡이츠마트’가 론칭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점포를 물류센터로 이용할 수 있는 마트업계가 퀵커머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이마트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1시간 이내에 배송해주는 서비스인 '쓱고우'를 오픈했습니다.이렇게 시장 플레이어가 많은 상황에서 각 업체들은 물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용자를 모아야 합니다. 한 번의 배송에 최대한 많은 양의 물건을 배달해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퀵커머스 업체가 서비스를 선보이는 지역은 주로 인구가 밀집한 지역입니다. 이마트는 강남 지역에서만 서비스를 운영하고, 쿠팡이츠마트도 서울 송파와 강남, 서초, 강동, 성동 등 일부에서만 접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퀵커머스에 뛰어들었던 배민의 B마트도 서울과 경기, 인천, 대전의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 중입니다. 즉, 서비스 실시 지역과 이용자 수를 늘리는데 사실상 큰 제약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수익 개선 위해서는 배달 시간 늘리고 배달료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실제 점포를 물류센터처럼 이용하고 있는 홈플러스가 이런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의 '오늘밤 마트직송'은 오후 7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밤 12시 이전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주문 후 4~5시간 내 배송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인 셈입니다. 지난달부터 당일 야간배송 서비스인 ‘오늘밤 마트직송’을 서울 강남권역으로 확대 운영했습니다.
퀵커머스 업계에서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배달료를 올리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퀵커머스 플랫폼 관계자는 "현재 가장 낮은 수준의 배달료가 2000~3000원 수준인데 이 가격을 6000원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며 "다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심한 상태라 쉽지만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엔 적자를 감수한 소수의 최후 사업자가 남았을 때 배달료를 올리는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