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너무 가팔랐나…美연준 안팎서 경기 둔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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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3차례 연속 기준금리 0.75%p 인상
연준 부의장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 예상보다 강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두고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연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연준 2인자인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리고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최근 연준 인사들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통화긴축이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치면서 경제 성장이 더 신속히 둔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가 아마 예상보다 더 강하게 시작됐고 통화긴축에 따른 전체적 타격을 향후 몇 달간 체감하지도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세계적 (통화)긴축이 결합한 효과는 각 부분의 합계보다 크다"며 외국의 수요 둔화가 미국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내년 3월께 기준금리가 4.5%를 약간 상회할 것으로 보면서, 그 이후 금리 인상을 멈추고 경제의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그는 "급격한 금리 인상 속도에 힘입어 긴축적 스탠스까지 빠르게 도달했다"면서 과도한 금리 인상(오버슈팅)의 비용에 대해 경고했다. 따라서 향후 어느 시점에서 통화정책이 휴식하면서 지표와 상황 전개를 평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연준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까지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금리 상단을 3.25%로 끌어올렸다. 또 올 연말까지 2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1.2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말 금리를 4.6% 수준으로 올린 뒤 최소한 2024년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 외부에서도 공격적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끝없이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대폭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연준의 양적긴축(QT) 등이 경기후퇴의 잠재적 지표"라면서 "유럽은 이미 경기후퇴 상태이고 미국도 6∼9개월 내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현 수준에서 다시금 20% 정도 빠질 수 있다"며 "추가 하락은 이전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동성이 풍부하던 시기 기술주 투자로 유명해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도 연준에 공개서한을 보내 경제적 '파탄'(bust)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미 CNBC 방송이 전했다.
우드 CEO는 연준이 과거 데이터를 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인플레이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과정에서 실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연준이 과거의 고용·물가 지표를 보고 정책을 결정하지 말고 원자재나 주택가격 하락 등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줬으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적 파탄의 위험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제 주체들의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과 관련, 하버드대 경제학과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일부 고통은 아마 불가피하겠지만, 필요 이상의 고통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브레이크에서 천천히 발을 뗄 것"이라면서 "다음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폭 0.5%포인트나 0.75%포인트를 두고 논의한다면 0.5%포인트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부의장을 지낸 도널드 콘도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 속도를) 저속기어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씨티그룹 수석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네이선 시츠는 연준이 금리를 과도하게 올릴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