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실제 전쟁 대신하는 도구될 것" [글로벌 ESG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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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 체인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ESG 기준이 이런 실제 전쟁을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공학교육학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2022 글로벌 ESG 포럼 with SDG’의 BEYOND ESG 세션의 두번째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발언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태양광 판넬에 쓰이는 중국산 셀은 노동착취를 통해 만들어 졌다는 리스크(Risk)가 존재할 수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은 그런 방식으로 생산된 모듈이나 제품은 판매하거나 수출하지 말라는 조치를 내릴 것이고, 결국 신흥 국가의 생산 설비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예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들었다. 유럽과 미국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준비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과 우호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중국 등 신흥국들은 대비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ESG 기준 미준수라는 명목으로 생산 설비 활용에 '제한', 즉 '공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이사는 "우리 기업들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가 아니라 이익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려면 수출 대상 국가에 맞는 기준으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ESG 자체가 기업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기업이 저평가 되는 행위를 막는 일종의 '수비'라는 생각을 밝혔다. "자금 유치 측면에서만 봐도 이제는 ESG 기준을 갖추지 못한다면 유럽,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좋은 파트너를 찾거나 공장을 짓고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ESG의 중요성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이사는 "회사가 내수 위주고 은행 대출을 받을 일도 없는데 ESG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기업이 있다"며 "지금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ESG가 중요한 기준이지만, OECD급 국가에서는 10년 내로 훨씬 중요한 사업성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션에서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는 민감한 ESG 평가모형의 이유와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조 대표이사는 "ESG는 일종의 당위론을 넘어 시대의 독트린이자 패러다임이 됐다"며 ESG 평가 모형과 기준의 불명확성에 대해 기업이 느끼는 불안감을 지적했다.
조 대표이사는 "ESG 등급을 어느정도 받으면 5년이나 10년 후에 ROE가 어떻게 된다라고 예측할 수 있으려면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한국은 물론 미국시장에서 조차 ESG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천재적인 인재들이 모여 ESG 평가 모형을 만든다고 해도, E와 S, G 중 어떤 항목에 어떤 가중치를 두느냐는 조합에 따라 평가 모형이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어 "전자 투표제, 서면투표제 중 하나만 도입해도 G 등급이 바뀔 정도로 평가 모형 자체가 예민하고 불완전하다"며 "기업별로 ESG 등급의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가 모형과 평가 항목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테크놀로지나 자연어처리 등 AI 기술의 활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이용하고 뉴스를 분석해 기업의 잠재적 위험,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가능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이사는 "같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도 어떤 기업은 B를 받고 어떤 기업은 트리플 C를 받는다. 그 차이점에 대해서는 평가사들도 내부 노하우를 이유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평가사와 평가 기준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그럴 필요 없다. 외부에서 받은 ESG등급에 대해 크게 개의치 말고, 왜 우리가 등급을 잘 못받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관점에서 나쁜 점수를 줬는지를 파악해서 경영에 반영하는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김태엽 어펄마캐피탈 대표이사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공학교육학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2022 글로벌 ESG 포럼 with SDG’의 BEYOND ESG 세션의 두번째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발언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태양광 판넬에 쓰이는 중국산 셀은 노동착취를 통해 만들어 졌다는 리스크(Risk)가 존재할 수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은 그런 방식으로 생산된 모듈이나 제품은 판매하거나 수출하지 말라는 조치를 내릴 것이고, 결국 신흥 국가의 생산 설비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예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들었다. 유럽과 미국은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준비가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지만, 이들과 우호적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중국 등 신흥국들은 대비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ESG 기준 미준수라는 명목으로 생산 설비 활용에 '제한', 즉 '공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이사는 "우리 기업들이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가 아니라 이익을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려면 수출 대상 국가에 맞는 기준으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ESG 자체가 기업의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이유로 기업이 저평가 되는 행위를 막는 일종의 '수비'라는 생각을 밝혔다. "자금 유치 측면에서만 봐도 이제는 ESG 기준을 갖추지 못한다면 유럽, 미국으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좋은 파트너를 찾거나 공장을 짓고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불가능해 졌다." ESG의 중요성을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경고도 덧붙였다. 김 대표이사는 "회사가 내수 위주고 은행 대출을 받을 일도 없는데 ESG를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기업이 있다"며 "지금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ESG가 중요한 기준이지만, OECD급 국가에서는 10년 내로 훨씬 중요한 사업성 판단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세션에서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는 민감한 ESG 평가모형의 이유와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 조 대표이사는 "ESG는 일종의 당위론을 넘어 시대의 독트린이자 패러다임이 됐다"며 ESG 평가 모형과 기준의 불명확성에 대해 기업이 느끼는 불안감을 지적했다.
조 대표이사는 "ESG 등급을 어느정도 받으면 5년이나 10년 후에 ROE가 어떻게 된다라고 예측할 수 있으려면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한국은 물론 미국시장에서 조차 ESG의 역사는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천재적인 인재들이 모여 ESG 평가 모형을 만든다고 해도, E와 S, G 중 어떤 항목에 어떤 가중치를 두느냐는 조합에 따라 평가 모형이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어 "전자 투표제, 서면투표제 중 하나만 도입해도 G 등급이 바뀔 정도로 평가 모형 자체가 예민하고 불완전하다"며 "기업별로 ESG 등급의 변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가 모형과 평가 항목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테크놀로지나 자연어처리 등 AI 기술의 활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를 이용하고 뉴스를 분석해 기업의 잠재적 위험, 예를 들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가능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대표이사는 "같은 지배구조를 갖고 있어도 어떤 기업은 B를 받고 어떤 기업은 트리플 C를 받는다. 그 차이점에 대해서는 평가사들도 내부 노하우를 이유로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며 "기업들은 평가사와 평가 기준에 대해 불만이 많지만, 그럴 필요 없다. 외부에서 받은 ESG등급에 대해 크게 개의치 말고, 왜 우리가 등급을 잘 못받았고 다른 사람들이 어떤 관점에서 나쁜 점수를 줬는지를 파악해서 경영에 반영하는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