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공 본사 이전 갑론을박…"열악한 직원 처우개선이 우선"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본사. 한경DB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사옥 이전 계획을 놓고 지역 정치권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옥 이전 사안이 정치적 논쟁거리로 비화될 경우 소진공 임직원의 열악한 업무 환경을 개선한다는 본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구 중구에 본사를 둔 소진공은 대전 유성구 엑스포타워로 본사 이전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엑스포타워는 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백화점 옆에 들어선 지상 43층 높이 건물로 호텔 오노마 등 상업·업무시설이 입주해 있다. 대전 중구의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은 소진공 본사 이전 소식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진공의 설립 취지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인 만큼 대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중구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소진공의 전체 직원은 약 920명으로 이 중 420여 명이 대전 중구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소진공은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본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옥 이전 관련 설명회를 열고 직원 투표를 실시해 찬성 81.7%, 반대 16.5%의 결과를 얻었다. 엑스포타워는 공공기관이 소유한 건물로 임차 안정성이 확보된 데다 지난해 준공한 건물로 업무 환경이 쾌적한 게 사옥 이전에 찬성하는 주된 이유였다. 또 무상으로 약 3400평 규모의 공용 휴게 공간과 약 60평의 회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어 업무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소진공 직원들은 기대하고 있다.

소진공 본사 근무 직원 1인당 전용면적은 평균 16㎡(약 5평) 수준이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기준인 직원 1인당 평균 56㎡(약 17평)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옥 건립 등은 단기간에 협의하기가 어려운 만큼 임직원의 처우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옥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효율적인 공단 운영을 위한 합리적인 방침이라는 평가다.소진공 임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지적은 정치권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진공 직원의 평균 보수가 2020년 기준 4909만원으로 중기부 산하기관 11곳 중 최하위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코로나 사태로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융자지원 등 소상공인 관련 업무가 폭증하면서 최근 5년간 소진공 임직원의 퇴사율은 26%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진공은 2014년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단체로 소상공인·전통시장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한 종합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한 소상공인 관련 단체 관계자는 "정치적인 논쟁이나 판단보다는 국내 유일의 소상공인·전통시장 전문 지원기관인 소진공 임직원의 의욕 고취와 처우개선, 중장기적인 공단 발전의 시점에서 사옥 이전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