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생에너지 시장 20년 뒤처져…소규모 민간투자 독려해야"[글로벌 ESG 포럼]

"재생에너지 시장의 구조나 시스템, 대응 능력, 정책을 비교해 보면 미국과 일본에 비해 15년에서 20년까지 뒤처져 있습니다."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국공학교육학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개최한 ‘2022 글로벌 ESG 포럼 with SDG’의 유엔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달성을 위한 과학기술 포럼 2분과(에너지) 세션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발제자로 나선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 이사의 말이다. 재생 에너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산업의 환경은 크게 바뀌고 있다. 전력 산업과 같은 기존 에너지 산업은 대규모 설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나 대기업이 주로 담당했던 이유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소규모라 민간이 투자하기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발전소를 갖고 있지 않아도 발전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가정용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 수가 50만을 돌파했다.

화력에너지 등에 비해 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는 과거의 개념이라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최 대표는 "30개 정도의 가상 발전소만 모아도 경쟁력이 확보 된다"며 "이렇게 모아진(어그리게이션) 전력을 '플릿(Fleet)'이라고 하며, 이 플릿은 전력 거래소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나라는 이런 시장을 자체를 열어주고 있지 않아 경쟁력이 있는지부터 여전히 논란 중이지만, 거래 형식과 시장만 열어준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재생에너지 분야는 기술개발 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조성하고, 가치를 창출해서 수요자가 지갑을 열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손정락 전 에너지산업 MD도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손 MD는 "경직된 시장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는 신산업이 조성되기 어렵다"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조성된 시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고 있지만 우리는 뒤처지면서 기술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부연구위원은 "급격한 에너지 산업의 전환을 이끄는 정책은 시민사회의 협력이 있어야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에너지 전문가 육성도 시급한 문제다. 최 대표는 "미국은 마이크로그리드라는 작은 단위의 전력망을 4000개 구성했고, 그 중 2000여 개가 대학교에 배치돼 있다"며 "전력공학, 에너지공학과 학생들이 마이크로그리드를 다뤄볼 수 있도록 해서 미래 전력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며 벌써 20년 전 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술과 시장 개발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국내 전력 전문가들의 경쟁력 확보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원전'의 친환경 논란에 빠져 정치적 갈등만을 빚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지적이다. 최 대표는 "에너지가 정치화되고 진영논리에 매몰돼 있다"며 "이런 현상이 길어질수록 온전한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