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이냐" 손님 항의 쏟아지자…"이젠 문신한 직원 안 뽑아요"

MZ세대 사이서 '타투' 인기
시장 규모 1조2000억
국민 4명 중 1명은 경험

조폭 등 범죄자들이 하고 다니던 문신
최근엔 운동선수·연예인들까지 애용
자신을 뽐낼 수 있는 새로운 액세서리로

기성세대 "보기 불편하다" 시각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50대 직장인 김모 씨(53)는 최근 부서에 새롭게 배치된 20대 신입사원 유모 씨(27)와 첫 식사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식사 도중 음식이 옷에 묻을까봐 살짝 소매를 걷은 신입사원의 팔에 기다란 ‘문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팔뚝의 문신에 대해 묻는 김 씨에게 유 씨는 “문신이 아닌 타투(tatoo)라 불러 달라”며 “패션 액세서리 같은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소개했다. “주변 친구들도 크고 작은 타투를 많이 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씨는 “우리 세대는 직장인이 타투를 드러내는 건 물론이고 문신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면서 “직장인 용모와 복장에 타투는 적합하지 않다고 신입사원에게 설명하고 싶은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 했다.#2. 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이모 씨(44)는 올 초 환자들의 접수와 수납을 주로 안내해줄 간호조무사를 고용했다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면접 당시엔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손가락 몇 개에 타투를 하고 있었기 때문.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이 주로 50~80대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이 많아 고민이다. 보수적 성향 손님들이 많아 간호조무사의 타투를 보고 놀라는 이들이 많았다. 70대 한 남성 환자는 “문신(타투)은 조직폭력배가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 씨는 “한의원도 일종의 서비스업에 가까운데 환자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간호조무사를 환자들과 비교적 접촉이 적은 업무로 전환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후 그는 채용 과정에서 타투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덧붙였다.
몸 곳곳에 타투를 새겨 화제가 된 배우 나나. /뉴스1
2030세대 사이에서 타투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세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기성세대는 “지나치게 드러내는 타투는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MZ(밀레니얼+Z)세대는 ‘힙하다’며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액세서리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최근 가수 백예린, 래퍼 박재범, 아이돌그룹 위너 멤버 송민호, 모델 김진경, 배우 한소희·나나 등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타투를 한 모습이 많이 노출된 점도 한 요인으로 여겨진다.11일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반영구 화장까지 합치면 타투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은 20만명, 시장 규모도 1조2000억원을 넘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타투 시술자는 35만명(타투 5만명, 반영구화장 30만명), 이용자가 1300만명에 달한다. 이미 전 국민 4명 중 1명꼴로 타투를 경험한 셈이다.

특히 남들과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 없는 MZ세대에게 타투는 자유롭게 즐기는 새로운 액세서리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졸업 기념으로 타투를 했다”,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같은 모양의 타투를 했다”, “출산 후 모유 수유를 끝낸 것을 축하하기 위해 작은 타투를 새겼다” 등의 경험담이 올라온다. 이처럼 MZ세대는 미용의 한 방편이나 자기를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타투를 인식하고 있다.
팔과 상체 곳곳에 작은 타투를 새긴 모델 김진경. /뉴스1
경기 성남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 씨(31)는 “누구나 자신의 신체를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꾸밀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며 “모자를 쓰거나 귀걸이나 목걸이를 하는 것처럼 타투가 특별히 다른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내 타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더운 날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입으며 가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하지만 중장년층은 여전히 타투를 불편해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과거 조폭 등이 몸에 가득 문신을 새긴 것 등을 떠올리며 상스럽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용모와 복장을 단정히 하는 게 기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60대 직장인 유모 씨도 최근 같은 부서에 발령받은 젊은 직원의 팔목 안쪽에 십자가와 영어 글씨가 새겨진 모양 타투가 드러나 있는 게 불편했다. 그는 “대관 업무를 하는 부서라 회사 밖에서 외부인을 만날 일이 많다. (타투를 보면) 외부에서 회사 이미지를 어떻게 볼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유명 연예인 타투 관련 사건 재판 중 신청한 헌법소원에 대한 선고(합헌) 이후 기자회견을 하는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과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 /뉴스1
국내에선 타투 관련 규제도 엄격한 편이다. 타투업을 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불법이다. 의료법 제27조1항에 따라 의사면허를 가지지 않은 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어서다. 현재 타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의사가 아닌 타투이스트(문신사) 등이 하는 시술은 합법이 아니라는 뜻이다.다만 해외에선 타투 관련 규제가 없거나 자격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미국은 인체에 주입되는 타투 염료를 화장품으로 취급해 관리한다. 미국 연방정부의 타투 관련 규제는 없고 주 정부 차원에서 타투와 반영구 화장 시술자에 대한 면허 제도를 관리한다. 영국도 지방정부가 타투 작업장에 자격 면허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타투 산업을 규제한다. 일본의 경우 2020년 최고재판소에서 타투 시술행위가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타투가 합법화됐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