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플라스틱 배출량 세계 3위 한국… 순환경제 이뤄야" [글로벌 ESG 포럼]
입력
수정
2022 글로벌 ESG 포럼 with SDG“현재와 같은 경제 구조로는 탄소중립을 이루는 게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플라스틱을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어요. 제품을 그저 생산하고 사용해 폐기하는 기존 방식 대신 ‘순환경제’ 구조를 정립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SDG 4분과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발표
생산해 쓰고 버리는 선형경제 대신
재생·절약 위주 순환경제 구축 필요
"제품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 고려해야"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2 글로벌 ESG포럼 with SDG(지속가능 발전 목표)’ 행사에서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순환경제는 자원을 재활용·절약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선순환 경제 모델을 뜻한다.윤 교수는 “한국은 플라스틱 배출량이 세계 3위 국가”라고 지적했다. 경제·사회 관련 각 순위에 비해 플라스틱 배출량 순위가 높다는 얘기다. 최근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페트병, 포장재 등 생활계 폐기물을 비롯해 건설 폐기물, 사업장 폐기물 등 종류가 많다. 많은 옷도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나온 플라스틱 제품이다.
윤 교수는 “이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석유화학 산업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편으로는 경제가 성장해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폐기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물 중 75%가량이 폐기물이 된다”며 “국내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연간 1400만t(톤)을 생산한다면 매년 1000만t가량 폐기물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인 페트병, 플라스틱 컵, 비닐봉지 소비량은 1인당 연간 11.5kg다. 한국인 전체 연간 소비량으로 따지면 58만6500t에 달한다.이런 소비를 떠받치기 위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규모도 막대하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국내의 경우 연간 1700만t가량이다. 윤 교수는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기 위해 외국에서 석유화학제품을 들여오는 과정부터 계산하면 플라스틱 생산부터 폐기까지에 따르는 탄소 배출량이 9000만t에 달한다”고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소비 자체를 확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지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과 제조업에 큰 타격이 가서다. 플라스틱 사용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대신 재활용을 늘려야 하는 이유다.
윤 교수는 “여태까지 경제는 원료부터 제품이 나오고 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온실가스가 나오는 ‘선형경제’ 구조”라며 “이제는 상품을 만들어 쓰는 과정에서부터 폐기물을 줄이려는 순환경제 구축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생산 단계에서는 화석연료 대신 재생에너지를 쓰고, 각종 원료를 천연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원순환형 제조 공정을 채택하고,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는 등 각종 측면에서 순환경제 노력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이날 윤 교수의 주제 발표 이후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 발표가 이어졌다.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금속 산업의 경우엔 재생에 따른 이득이 매우 크다”며 “금속 산업의 순환경제 키워드는 회수”이라고 했다. 금속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회수가 잘 되어야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해 좋은 품질의 재생 금속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설계 단계부터 재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금속은 밀도 등이 다른 물질과 혼합되면 회수가 어려워진다”며 “제품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자원 재생에 용이한 구조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승희 경기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001년부터 지금까지 약 20년간 폐기물 발생량이 두 배 이상 커졌다”며 “폐기물 관리에 대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순환경제를 이루기 위해 사회·경제·기술적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이 새로 나와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는 국내 문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 국제적인 협력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제적 협력을 통한 긍정적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서의 제안도 이어졌다. 김태진 SK이노베이션 환경기술연구센터 부사장은 “최근 플라스틱 재활용을 연구하고 있는데 어려운 점이 정말 많다”며 “플라스틱은 프로필렌, PET, PVC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여러 재질이 섞여있는 제품도 많아 재활용 난이도가 매우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플라스틱 재활용과 함께 부수적인 환경 기술도 함께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플라스틱 산업에서 재활용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경우엔 국내 수거·선별 체계를 잘 정비하고 분리 시스템 등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인 차원에선 최근 일회용품 줄이기 움직임으로 일부 불편해지는 면이 있지만, 환경을 위해 다회용품이나 재활용품 소비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산업에 대한 제한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앞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으며, 대량 생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어떻게 플라스틱을 잘 사용하고 처리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플라스틱 중엔 건물 단열을 통해 난방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탄소중립 관점에서도 플라스틱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번 포럼과 같은 자리가 많아져서 이해관계자간 소통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각종 관리 방안 등 적합한 결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