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이 채 안되는 시간"…대통령의 출근길, 그 뒤엔 무슨 일이?

국정운영 수단으로 자리잡은 도어스테핑
전날부터 출근 직전까지 "24시간 준비"
예상질문 작성·모두발언 취합·최종점검 거쳐
50회 넘기며 실언 줄고 메시지 간결해져
홍보수석실 안정화되며 참모들 손발 맞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50번째 출근길 회견을 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아침 9시를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을 태운 경호차량이 청사에 멈춰서는 순간, 대통령을 기다리던 취재진과 대통령실 직원들은 일제히 대화를 멈춘다. 기자들은 두 손으로 휴대폰을, 참모들은 노트와 펜을 쥔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작은 손짓까지 받아적을 준비다.

대통령이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카메라 세례가 쏟아진다. 청사 안으로 걸어온 대통령은 준비된 발언을 하고, 기자들은 그날 가장 중요한 현안을 묻는다. 모든 과정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약 2분 59초. 총 53회째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회견) 평균 시간이다.3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대통령이 출근하며 한 말들은 주요 언론의 첫 머리를 장식한다.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대통령의 말은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중계된다. 출근길 회견은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출근길 회견 준비가 대통령실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상질문 작성부터 출근 전 회의까지 "사실상 24시간 준비"

"도어스테핑은 사실상 24시간 준비하는 겁니다(홍보수석실 한 관계자)"

출근길 회견 준비는 그 전날 오후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작업은 예상 질문지 작성이다. 출근길 회견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기에 외교안보·경제·정치·문화 등 모든 분야의 현안을 점검해야 한다. 대변인실 직원들은 언론 보도를 참고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출입 기자들과 관심사를 공유한다.예상 질문지가 있다면 모범 답변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대변인실이 준비한 답변 지침대로 얘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이 대변인실을 비롯해 여러 경로로 의견을 듣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다음 과정은 '모두발언' 준비다. 윤 대통령이 질문을 받기 전에 하는 짧은 발언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고민하는 단계다. 홍보기획비서관실이 중심이 돼 국가안보실·국정기획·경제·사회·시민사회수석실 등 6수석실로부터 주요 현안을 취합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출근을 앞둔 새벽 다시 한 번 회의를 갖는다. 김대기 비서실장 주재로 일부 수석·비서관이 모여 조간(朝刊)을 확인하고 메시지를 재점검한다. 최근 북한의 무력도발처럼 돌발 상황이 발생하거나 사태가 급변할 경우 모두발언이 통채로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대통령이 누구보다 도어스테핑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처럼 윤 대통령 역시 매일 아침 출근길을 각별히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한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뿐만 아니라 행정관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궁금한 사안이 있으면 참모들에게 직접 전화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50회 넘긴 도어스테핑, 참모진 호흡 맞추며 발전해

“최근 들어 제일 깔끔했다”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회견 이후 일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공유한 의견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최근 핵무력 강화를 선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선명한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욱일기' 발언에 대해서는 "현명한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실것으로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안보 문제가 대통령과 야당 간의 말다툼으로 번질 소지를 차단한 것이다.

취임 초 장관 후보자 부실검증을 두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한 발언,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을 두고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라고 한 것과 같은 실언은 부쩍 줄었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평가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그 배경으로 ‘참모 간 소통 강화’를 꼽고 있다. 특히 출근길 회견을 주관하는 홍보수석실이 지난달 7일부터 지금의 진용을 갖추며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결과라는 게 내부 분석이다. 홍보기획비서관 자리는 이기정 비서관이 지난 8월 임명되기 전까지 85일 간 공석이었다. 이후 김은혜 홍보수석이 새로 임명되고 강인선 전 대변인은 해외홍보비서관으로 보직이 바뀌는 변화가 있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